자유민주주의 훼손 우려…국가·지자체 나서야

어느 사회든 승패와 빈부는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빈부차 등이 극심하면 국민통합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범죄 유인 등 사회문제의 온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국 사회는 어떠할까.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빈부차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득분포 하위 10%에 속한 가구가 평균소득 가구로 이동하는데 5세대가 걸려 선진국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의 평균 4세대보다 길게 나타났다. 상위 10퍼센트가 부의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높은 비율이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지수를 개선해 계층 간 이동을 원활케 하는 과제가 적잖다. 헌법 제10조에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기돼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아래서 빈부차는 없을 수 없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갈수록 빈부차가 심해져 사회 갈등의 주된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들의 비관적 삶이 굳어지면서 ‘희망 잃은 이들’이 증가하면 사회문제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부모 능력에 따라 자녀 운명이 결정되는 '세습 사회'가 등장하면 내일에의 희망을 잃게 된다.

현실은 심각하다. 한국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자살률 등이 반영된 것으로 한국인의 행복지수인 셈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2019~2021년 기준 10점 만점에 5.9점이었다. 이는 OECD 회원국 38개국 중 36위에 해당하는 점수다. OECD 평균은 6.7점이다. 삶의 만족도는 소득이 적을수록 낮은 경향을 보였다.

같은 기간 한국보다 점수가 낮은 국가는 콜롬비아(5.8점)와 튀르키예(4.7점) 등 두 곳뿐이었다. 삶의 만족도는 OECD의 ‘더 나은 삶 지수(BLI)’ 중 하나로 유엔 세계행복보고서(WHR)에 활용된다.

문제는 부모의 능력 등 배경이 자녀의 성공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모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이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부모 능력이나 가정환경이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0.8%가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과거보다 최근 들어 부모의 경제능력이나 가정환경이 취업 성공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부의 극심한 불평등과도 비례하고 있다. 구체적 수치를 보자. 서울 종합소득 상위 0.1%의 평균 연소득이 약 65억 원으로 집계됐다. 상위 20%와 하위 20% 간의 소득 격차는 65배로 17개 시·도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서울에서 종합소득 상위 0.1%에 해당하는 사람은 2307명으로 연소득은 평균 64억 8000만 원이었다.

종합소득은 이자·사업·연금·근로 등으로 얻은 소득으로, 주로 전문직·자영업자 등 개인 사업자의 소득이 해당한다. 전국에서 지역 내 종합소득 격차가 가장 큰 곳도 서울이다. 서울에서 상위 20%에 해당하는 사람의 연소득은 평균 1억 7000만 원이다. 하위 20%의 연소득은 평균 262만 원으로 상위 20%와는 약 65배 차이다. 전국 기준으로 상위 20%는 1억 1000만 원, 하위 20%는 262만 원으로 격차는 43배다.

이쯤 되면 우리 사회에 ‘계층이동 사다리’가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알 수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회가 역할해야 한다. 이는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마저 훼손될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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