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협의회의 의견에 정부 귀 기울여야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진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환자 피해 등 의료 공백이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전체 의료계가 적법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강경한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이 있어 주목되고 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현장의 의료공백이 이어지자 스승이자 선배 의사인 의대 교수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를 비롯해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도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특히 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의협의 ‘대표성’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면서,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속한 대학병원과 의대 교수들이 정부와의 협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진행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호소문’에서 최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음을 소개하며 정부가 사태의 합리적 해결을 원하고 있고, 향후 이성적인 대화로써 최적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밝힌 것이다. 복지부 역시 정 위원장과 박 차관이 만나 상호 상황을 공유하고 갈등 상황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이해와 공감대를 넓혔다고 전했다.

정부와 의협 간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강경 일변도가 아닌 대화로 풀겠다는 의지가 확인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본다. 차제에 점진적 증원을 검토하길 바란다. 올 3월에 과연 2000명을, 거의 2배 가까운 정원을 수용할 수 있겠느냐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국민 건강권 확보가 최우선임을 고려할 때 긴 호흡으로 필수 의료·지역의료 공백을 메워야 하고 보상체계를 합리적으로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예컨대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의 근거 자료를 제공한 연구책임자가 2025학년도 정원을 매년 1000명 늘려 10년 유지한 뒤 재평가하자고 제안을 내놓은 걸 참고하길 바란다. 정부의 ‘2000명 증원 후 5년 유지’ 정책과 차이가 있다.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최근 이런 안을 발표했다.

신 교수 안대로 가면 2035년에 5000명의 의사가 늘어나고 2040년에 1만명을 채운다. 정부 목표보다 5년 늦어진다. 10년 동안 수도권 쏠림을 줄이도록 의료 전달체계와 수가제도를 바꾸고, 2035년 그런 걸 종합해서 판단하면 큰 무리 없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이 뿌리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교수의 보고서도 관심을 모은다. 홍 교수는 의대 정원을 500~1000명 늘리면 수급 부족이 완화되고 일정 시점 이후 공급이 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서울은 앞으로 의사가 더 늘어나고 지방은 부족하기에 이 문제를 둔 채 정원을 1500명까지 늘려도 의사 수는 여전히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가장 무난한 방안은 정원을 750명 늘리되 이를 비수도권 의대에만 배정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한데 대통령실이 2000명 증원을 고수하는데다 교육부는 “3월 4일까지 의대를 운영하는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신청을 받아 이르면 3월 안에 배정을 마칠 수 있다”고 밝혀 ‘의사 총파업’ 이 우려되고 있다. 교육부의 이러한 행보는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한 굳히기로 풀이된다.

의사들이 환자를 볼모로 한 파업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의사 증원 등 의료 개혁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의대 교수협의회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의사단체와도 대화로 해결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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