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동 칼럼니스트, 전)KBS 아나운서
김선동 칼럼니스트, 전)KBS 아나운서

 

개구리가 놀라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내일이다. 바야흐로 봄이 열리는 시절(時節)이 다가온 것이다.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맞는 봄은 그 어느 계절보다도 기대감이 크다. 봄이 오면 많은 사람들이 들로 산으로 봄맞이 나들이를 갈 것이다.

 

그런 나들이철인 올봄에는 나들이를 떠나는 것처럼 작품 전시회장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갤러리를 찾아, 같은 작가에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여건과 요인에 따라서 그에 대한 기대감과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작품을 보는 시간이 아침과 한낮, 저녁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진다. 아침에 작품을 보러 오는 감상객은 거의 없다. 시간적 여유가 없을 뿐 만 아니라 마음적으로도 여유 있게 작품을 감상할 만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시장 개관시간이 대개 오전 10시 이후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작품 관람시간은 아침 나절인 오전 10시 이후나 또는 11시경에 동호(同好) 친구들과 만나서 작품을 천천히 꼼꼼하게 감상한 후에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만남이다.

 

이때 감상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소감을 나누면서 점심을 함께 하면 의미 있는 만남이 될 것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마니아라면 평일 오후 나절에 전시장을 들르면 여유 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서 기대감과 느낌을 마음껏 충족할 수 있다. 작품감상은 그 날의 날씨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기도 한다.

 

차분하게 비나 눈이 오는 날을 좋아하는 마니아는 눈이나 비가 오는 날 감상하면 오히려 감성이 풍부해져 감상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반면에 바람부는 날이나 기온이 몹시 추운 날은 감성지수가 낮아서 피하는게 좋다.

 

봄이나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에 따라서도 느낌이 달라진다. 요즘은 전시장내 냉난방 시스템이 좋아져서 예전과는 달리 계절과 상관없이 전천후로 언제든지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서 편의스럽다.

 

전시 장소도 중요한 감상여건 중의 하나다. 실내 또는 야외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실내도 고급스런 갤러리냐 럭셔리한 최고급 호텔이냐, 또는 명품만 전시하는 미술관이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접근성도 문제가 된다. 거리가 너무 먼 곳은 찾기가 힘들어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또 국내에서 전시하느냐 명성이 자자한 외국의 명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진다.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장소이거나 또는 별다른 연출이 없는 평범한 분위기냐에 따라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관점과 이미지가 달라지고 느낌 또한 천양지차가 난다.

 

큐레이터가 누구냐에 따라서 작품에 대한 기대감과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 작품의 해설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또한 달라질 수도 있다. 평론가의 평가내용에 따라서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전시회장을 찾는 내방객들의 수준에 따라서 달라지고 기대감도 물론 달라진다.

 

개구리가 놀라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내일이다. 남쪽지방에는 매화꽃이 피었다는 꽃소식이 들려온다. 꽃샘추위가 언제 엄습할 지 모르지만 이제 봄이 남쪽지방으로부터 올라오기 시작할 것이다. 봄철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많은 작가들이 참여하는 작품 전시회가 많이 열릴 것이다.

 

심지어는 세계 곳곳에서도 한국 작가들이 출품하는 유명 전시회가 봇물 터지듯 많은 곳에서 열릴 것이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느낌이 풍성해지는 봄철을 맞아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전시회장으로 이어져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북돋아주면서 작품의 수준을 높여 주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봄이 열리는 좋은 이 계절에 좋은 갤러리에서, 마음에 맞는 미술 동호인들끼리 훌륭한 작가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는 것도 사람들의 행복한 삶 중의 하나이다. 올봄에는, 많은 작가의 작품들을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가까워지면서 우아하고 품격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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