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동 칼럼니스트, 전KBS 아나운서
김선동 칼럼니스트, 전KBS 아나운서

 

 

인간의 삶 중에서 의식주(衣食住)만큼 기본적이고도 꼭 필요한 요소는 없다. 그 중에서도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소중한 요소는 식(食)이다.

 

아무리 의복을 잘 차려 입고 고대광실(高臺廣室)과 같은 대저택에 산다고 하더라도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면 생명(生命)을 유지할 수 없다. 그만큼 인간들이 생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식(食)만큼 소중하고 꼭 필요한 존재물은 없다.

 

그러기에 먹을 것을 쟁취하기 위해 서로 간에 다툼을 벌이는 경우도 발생한다. 근래 들어 가족끼리 또는 친구끼리 맛있는 식당이나 분위기 있는 음식점을 찾아 다니며 음식을 즐겨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대개가 자칭(自稱) "식도락가 또는 미식가” 라고 말한다. 식도락가(食道樂家)는 "여러가지 음식을 두루 맛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이나, 여러가지 음식을 먹어 봄을 도락(道樂)으로 삼는 사람"이라 정의한다.

 

식도락가는 어떤 특정 음식에 대한 선입견이나 거부감없이 여러가지 음식을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먹어 봄으로써 그 음식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향미(香味)를 음미해가면서 맛보는 것을 일종의 재미와 취미생활의 일부로 여기는 부류(部類)의 사람들이다.

 

미식가(美食家)는 "음식에 대해 특별한 기호를 가진 사람이나 또는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다. 미식가는 자신의 기호에 맞는 음식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 만을 찾아서 즐기는 부류(部類)의 사람을 말한다.

 

즉, 특정 음식을 기피하고 거부하는 성향을 가졌거나 또는 편식성이 있는 사람들이 지극히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폐쇄적으로 특정의 기호식품이나 선호도가 높은 음식 만을 좋아하고 즐기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미식가는 특정 음식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지만, 식도락가는 어떤 음식이든 받아들이면서 음식 맛을 깨닫고 스스로 즐기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다.

 

미식가들은 열린 마음과 수용자적인 자세로 음식을 즐겁게 받아 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왕이면 식도락가의 입장에서 음식을 맛보며 즐기려고 노력하는 것이 현대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음식의 맛을 좇아 즐기려는 식도락가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덩달아서 맛 좋은 식당이나 레스토랑을 탐방하며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시청률이 높아지고 인기를 얻으면서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유명 맛집을 순례하는 미식가들과 식도락가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적으로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들은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등 식사를 하기에도 쉽지 않지만 이를 마다 않고 직접 찾아가 기다리면서까지 음식의 맛을 즐기려는 현장탐방 식도락가들도 넘쳐나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가 사는 사회가 즐거움이 넘치는 맛있는 사회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먹고 살기위해 직장에서 일을 하고 사업체를 경영했다. 그러나 이제는 여유롭게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 다니며 좋아하는 음식을 먹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고 모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시대에서 행복을 구가(謳歌)하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이것은 다 선조(先祖)들이 고생하며 이룩해 놓은 덕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오랜만에 마음에 맞는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함께 전망 좋고 맛 좋은 음식점과 레스토랑을 찾아 맛보는 음식에 대해 맛을 평가(味評)하는 즐거움과 재미있는 인생살이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사는 사람들은 복받은 사람들이다.

 

맛 좋은 식당을 찾아서 즐기는 것을 낙(樂)으로 삼는 등 식도락가적인 삶의 자세로 살아간다면, 바쁘게 사는 현대인의 삶은 한결 여유로워질 것이다.

 

봄이 오면 맛집을 찾아 전국을 주유(周遊)하며 맛을 음미하는 즐거움에 빠져 보는 것도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미식가로서 맛있는 음식을 찾아 다니며 맛보는 삶도 좋겠지만 식도락가들처럼 마음을 열고 음식 먹는 것을 즐기는 식도락가적인 삶도 괜찮은 삶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인생에서 뭐니뭐니 해도 등 따습고 배부른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미식(美食)과 식도락(食道樂)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일상(日常)에서 행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는 봄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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