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이재명의 민주당’?…대통령도 정당의 주인은 아니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4차, 5차, 6차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비명횡사 정도가 아니라 그냥 전멸인 것 같다”‘둠스데이’ ‘제노사이드’라는 표현을쓰는게 맞을 듯하다. 강병원·전혜숙·박광온·윤영찬·정춘숙·김한정 등 비이재명계 현역 의원들의 무더기 탈락을 ‘집단학살’로 볼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심사 과정도 ‘투명’하지도 않았다.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직을 사퇴한 정필모 의원은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경선 여론조사업체 선정 과정에 부당한 개입이 있었고, 허위 보고를 받아서, 내가 통제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해 사퇴했다”고 폭로했었다.

박용진 의원 하위 10% 통보로 보복 평가 논란도 일어났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후보 경선과 대표 선출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대표의 경쟁자였기때문이다.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홍영표 의원 공천 배제도 마찬가지이다. 경쟁자 찍어내기 논란이 일어났다. 두 사람은 총선 이후 8월 민주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에 출마할 수 있는 잠재적 경쟁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친이재명 성향 권리당원들의 실제 영향력이 대단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민주당은 이제 ‘팬덤정당’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서 명실상부한 이재명의 사당이 되었다.

이 대표는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이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실마리가 하나 있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였던 2021년 11월20일 충남 논산 화지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를 한 뒤 한 식당 앞 단상에서 갑자기 즉석연설을 하면서 이런말을 했었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갖지 않은 홀홀단신(혈혈단신)으로 먼지 털 듯이 털리면서 우리 사회 소수 기득권자와 싸우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런 제가 민주당이라는 큰 그릇 속에 갇혀 가는 것 같다.”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만들어가겠다.”

그렇다. 이 대표는 오래전부터 ‘이재명의 민주당’을 꿈꿨던 것이다. 대선 패배 직후 보궐선거에서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이 된 것도, 8·28 민주당 전당대회에 나서 대표가 된 것도 되짚어 보면 ‘이재명의 민주당’ 관점으로 보면 다 이해가 된다. 지금 벌어지는 ‘이재명발 공천 파동’의 근본 원인도 ‘이재명의 민주당’ 만들기이기때문이다.

이재명“종북세력 숙주”…

또한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꾸린 진보당, 새진보연합 등 소수 야당 진보연합과의 연대로 종북 논란에 이재명대표의 이념사관인식에 부정적인 종북,좌파 정당이라는 악영향을 주고있기도 하다.

이런 이미지는 민주당과 민주당 후보들의 본선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표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민주당으로서는 총선 악재인셈이다.

이번 이재명발 공천 파동으로 인한 손실이 최종적으로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커질 수도 있고 작아질 수도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번 민주당의 공천은 혁신 공천, 그리고 공천 혁명이다. 민주당은 당원의 정당이고 국민이 당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경선을 통해 증명했다. 국민주권의 원리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다”고 철벽 방어를 쳤지만,공천은 실제로 공정한 것보다 ‘공정하게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는 사실이다.

“무슨 짓들이냐” 화난 지지층 이탈

앞으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회복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여론조사 수치를 믿을 수 없다”고 외치며 정신 승리에 빠지는 것도 위험하다.

지금 여당의 지지도와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상승세이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가 지금 “여론조사와 언론을 믿을 수 없다. 우리가 이기고 있다”고 외칠 때는 아닌 것 같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인데 뽀족한 묘수가 없는 민주당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4%였다. 석유파동과 외환위기,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곤 가장 낮다. 이 수치는 집권세력이 지난 2년간 국민 삶의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개선을 위해 정치·사회적 역량을 하나로 끌어모으는 데 성공하지 못했음을 상징한다. 그런데 야당이 집권세력보다 이걸 더 잘해낼 수 있으리란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굳이 야당에 표를 던질 이유가 없다.

정치는 옳기 때문에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겼기 때문에 옳은 것이다. 선거 승리가 선이요, 선거 패배는 악이라는 뜻이다. 4월10일 22대 총선 결과가 나오면 한동훈비대위원장이나 이재명 대표 둘 중 한 사람은 선거 패배에 책임을 져야한다. 그게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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