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반려·유기동물 공공진료소), 순천(반려·유기동물 공공진료소), 성남(시립동물병원)에 이어 김포도 공공동물병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반려동물보건소로 추진되던 김포시 공공동물병원은 명칭을 ‘김포시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로 확정했다. 운양역 환승센터 내에 상반기 중 개소할 예정으로 곧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다.

그런데 김포시 공공동물병원이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타 지자체 공공동물병원이 주로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독거노인 등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포시가 2월 20일 “전국 최초로 전 시민 대상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를 개소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성남시립동물병원이 65세 이상 반려동물 보호자라면 소득 수준과 관계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해서 비판을 받은 적은 있지만, 전 시민 대상으로 공공동물병원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곳은 김포시가 처음이다.

김포시는 왜 전 시민을 대상으로 공공동물병원을 운영하려는 걸까? 김포시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를 둘러싼 논란을 김포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조례 제정안 심의과정을 통해 짚어본다.

35개 안건 중 가장 오랫동안 논의된 ‘김포시 반려문화 조성 지원 조례’

동물등록, 광견병 접종, 기초상담 및 검진은 무료

X-ray 및 혈액검사는 취약계층 ‘무료’, 일반시민은 ‘최저가’

심장사상충 예방 및 종합백신 접종, 일반시민 이용 불가

3월 5일(화) 제232회 김포시의회 임시회 행정복지위원회 조례안·일반안건 심의가 열렸다. 총 35건을 심의했는데, 그중 가장 오랫동안 논의한 안건이 ‘김포시 반려문화 조성 지원 조례’안이었다. 1시간 넘게 토론이 이어졌다.

김포시에는 이미 ‘동물보호 및 반려문화 조성 지원 조례’가 있다. 여기서 반려문화 부분을 따로 분류해 새롭게 ‘반려문화 조성 지원 조례’를 만드는 데, 조례 중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에 대한 내용이 가장 많다.

김포시의 반려동물 관련 업무는 지난해까지 축산과가 맡아서 운영했지만, 올해부터 복지국 가족문화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공공동물병원 업무도 축산과가 담당하다가 올해 1월부터 가족문화과가 넘겨받아 추진 중이다.

입법예고된 조례 제정안에 따르면, 김포시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는 동물등록을 한 개·고양이에 한해 운영되며, 1. 동물등록(내장칩) 2. 광견병 예방접종 3. 기초상담 및 검진 4. X-ray 및 혈액검사(전혈구 검사) 5. 심장사상충 예방접종 6. DHPPL(종합백신) 접종, 총 6가지 진료를 수행한다.

김포시 가족문화과는 “수술과 치료는 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또한, 6가지 항목이 모두 전 시민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진료비도 차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례 제정안에 따르면, 1~3호(내장형 동물등록, 광견병 예방접종, 기초상담 및 검진)는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로 제공된다.

4호(X-ray 및 혈액검사(전혈구 검사))는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하지만, 취약계층은 무료고, 일반 시민은 진료비를 내야 한다.

5~6호(심장사상충 예방접종, DHPPL(종합백신) 접종)는 취약계층만 이용할 수 있는데, 진료비를 내야 한다. 일반 시민은 돈을 내도 진료를 받을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취약계층은 ‘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65세 이상 1인 가구’다.

4~6호 진료비의 경우, 매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해서 공개하는 ‘동물병원 진료비용 현황공개 사이트’를 참고해서 재책정한다.

조례안에는 관련 내용이 없지만, 김포시 가족문화과 관계자는 “공시된 진료비에서 최저가로 책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례안에 관련 내용이 없는데) 최저가 책정 이유를 묻는 의원의 질문에는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고, (이미 최저가로 진료하는 민간 동물병원이 있는 만큼) 최저가로도 충분히 진료가 가능하다는 뜻이라 최저가로 편성했다”고 답했다.

김포시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 운영 비용산출도 최저가를 기준으로 추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시 가족문화과 관계자는 “주변에서 동물진료비에 어마어마한 부담을 느낀다. 농식품부 진료비 공개 사이트를 찾아보니 편차가 너무 심하더라”며 “(최저가로) 진료비를 책정해서 진료비 문턱을 낮춰서 시민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위로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만들어 드리고 싶다. 일반 동물병원이 양보해서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도 간단한 진료나 예방접종을 일반 병원에서 하든 보건소에서 하든 개인의 선택인 것처럼, 반려동물도 공공진료센터를 이용하든 일반 동물병원을 이용하든 보호자의 선택에 맡기겠다는 게 김포시 가족문화과의 생각이다.

 

더 숙고해야 한다는 의원들 지적에도 전 시민 대상 운영하겠다는 김포시

수의사는 현재 채용 중…지원자 많았지만 업무에 맞는 사람 뽑으려 재공고

“어느 정도 가진 분들이 없는 사람에게 베푼다고 생각해 주길”

이날 많은 의원이 공공동물병원 운영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숙의와 논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매희 의원은 “2만 5천여 마리 반려동물이 등록되어 있다고 했는데, 김포 시민이 50만 명이다. 그럼, 비반려인이 훨씬 많다는 것”이라며 “비반려인도 (공동동물병원에) 세금을 투입하는 걸 보편적 가치라고 생각할 것 같은가?”라고 물었다.

이어 “반려동물은 선택의 문제”라며 “(공공동물병원에 대한) 국가 기준이 없고 사회적 합의가 안 되어 있는 상황에서 우리 김포시가 먼저 전 시민을 대상으로 운영하겠다고 나서는데, 숙의의 과정이 필요하다. 공공 영역이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수의사도 아직 안 뽑힌 상황에서 왜 이렇게 무리하게 추진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주 의원은 조례 내용에 대부분 찬성하면서도 “금액을 최저가로 정한 것은 고집이냐?”고 물으며 “상도라는 게 있다. 김포시수의사회와 논의해서 중간가격 등 합리적인 금액으로 정하길 제언해 드린다”고 말했다.

오강현 부의장과 정영혜 의원도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 설치 자체에는 찬성하면서도 다른 지자체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만 운영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가족문화과 관계자는 “(공공동물병원을 운영하는) 타 지자체와 통화도 하고 얘기도 했었다. 경제나 일자리 관련 부서에서 반려문화 업무를 담당하는 곳과 달리 저희는 가족문화과에서 업무를 담당하고, 반려동물을 가족구성원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타 지자체와 김포시는 차별화되어 있다고 답했다.

수의사 채용에 대해서는 “지난번 수의사 채용 공고에 지원자가 여러 명 있었지만, 저희 업무와 맞는 분을 찾기 위해 재공고를 했다”며 3월 중으로 채용이 완료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김포시는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에 근무할 수의사를 ‘시간선택제임기제 가급’으로 채용 중이다. 연봉책정액은 주 35시간 기준 6,861만 3천원이다.

김포시 가족문화과 관계자는 “지금, 이 연봉을 받고도 ‘수의사가 과연 올까?’라고 수의사분들이 말씀하시는데, 어느 정도 가진 분들이 없는 사람에게 베푼다는 생각을 가지고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포시수의사회 “취약계층 대상으로만 운영한다고 알았다…전 시민 대상 운영 반대”

김포시수의사회 및 경기도수의사회 관계자들은 4일, 5일 이틀 연속 김포시의회를 찾아 시의원들을 만나서 김포시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의 전 시민 대상 운영에 반대한다는 뜻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지난해 축산과에서 공공동물병원(반려동물보건소)을 추진할 때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만 진행된다고 했었고,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김포시가 전체 시민을 대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는 게 김포시수의사회의 입장이다.

김포시수의사회는 “다른 지자체도 공공동물병원을 운영하지만, 전 시민을 대상으로 진료하지는 않는다”며 “동물병원은 의료기관과 다른 자영업임에도 운영 피해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고, 수의사회와 간담회, 공청회, 설문조사 등 업무추진에 절차도 부족했다”며 공공진료센터의 전 시민 대상 운영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포시 가족문화과는 “작년부터 (수의사회와 같이) 검토되어 온 내용이고, 이미 조례 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도 끝났으며, 입법예고 기간에 반대 의견이 없었으므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는 유매희 의원이 “일반 시민들은 입법예고가 언제 됐는지도 사실 잘 모른다. 또한, 입법예고 때 반대 의견이 나왔으면 수렴할 생각이 있었느냐”며 지적했다.

김포시수의사회는 “(김포시수의사회와) 충분히 협의가 이뤄졌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며 “충분히 협의가 됐다면 왜 2월 20일 김포시가 전국 최초로 전 시민 대상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를 운영한다는 언론 보도에 회원들이 모두 황당해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김포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는 참관인을 모두 내보내고 축조심사를 진행했다. 구체적인 심사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김포시의회 제232회 임시회는 오는 3월 14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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