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동 칼럼니스트, 전)KBS 아나운서
김선동 칼럼니스트, 전)KBS 아나운서

 

얼마 전 해외여행 중에 봤던 얘기다. 일본 오사카공항에 도착해 공항 화장실에 들어가다 깜짝 놀랐다. 젊은 남자가 거울을 보며 열심히 화장(化粧)을 하고 있었다. 얼굴에 팩을 두드리며 피부화장을 하고 있었다.

 

능수능란하게 참도 잘 한다.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해외여행을 하면서 이런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다. 현지 외국인들은 그런 모습에 익숙한 지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필자의 눈에는 낯설고 맹 생소한 모습이었다.

 

집에서 아내와 딸이 화장대 앞에서 화장(化粧)하는 모습은 봤으나 공공장소인 화장실에서 남자가 화장하는 모습은 처음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고 생소하다. 필자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보질 못해서 더 이상하고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얼마전 우리나라의 잡지에서 남자도 피부를 관리해야 하고 피부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화장을 해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설마 남자들이 굳이 화장까지 하면서 얼굴을 가꿔야 하는지 아리송했다.

 

다만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 노화현상으로 인해 눈(眼)이 내려앉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눈꺼풀 올리기 성형 수술을 받는 분들을 주변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젊은 남자들이 얼굴을 예쁘게 하기 위해 화장을 하는 경우는 한번도 보질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 화장실(일본)에서 젊은 남자의 화장은 필자에게 큰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필자가 알고 있는 성(性) 역할(役割)은 남자는 국가를 보위하고 가정을 보호하는 것이며 여성은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음식을 만드는 등 내조(內助)를 하는 것이 제일의 덕목이었다.

 

그러므로 남자들은 자신의 체력을 튼튼히 하기 위해 열심히 운동해서 근력(筋力)을 키우고 몸집을 불리는 등 육체적인 노력과 체력 강화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다. 필자도 역시 젊을 때는 근력운동을 꽤나 했었다. 반면에 여성들은 몸매를 가꾸고 음식을 잘 만드는데 신경을 썼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점차 바뀌어 가고 있다. 평화시대가 도래하고 법이 지배하는 준법(遵法)사회가 확립되는 시대가 됐다. 이와 함께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경제적인 자립(自立)이 가능하고 직장에서 승진하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자연스럽게 상승하면서 가정에서의 위상(位相)도 점차 달라지기 시작하면서 여성들의 전유(專有)로만 여겨졌던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에서의 일들이 이제는 남성들도 참여해 공동으로 해야 하는 등 가정과 사회에서의 성역할(性役割)이 바뀌는 추세에 이르렀다.

 

뿐 만 아니라 연애를 하고 배우자(配偶者)를 선택할 때도 예전에는 주로 남성에게 주도권이 주어졌으나 이제는 상황이 뒤바뀌어 여성들도 배우자를 선택할 수 있는 주도권이 주어지는 등 성역할이 많이 바뀌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므로 앞에서 언급한 화장하는 남자(男子)가 생기는 것이 당연한 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이성(異性)인 여성들에게 예쁘고 맘에 들게 해야 되는 세상이 도래(到來)한 것이다. 위와 같은 얘기를 젊은 조카에게 했더니 대수롭지 않고 당연한 듯한 표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화장하는 젊은 남자들이 꽤 된다" 며 "그것도 모르고 있으셨냐" 며 놀라운 듯 되묻는다.

 

외모지상주의가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남성에게도 해당되는 시대가 다가온 듯하다. 예전시대를 살아온 기성세대(旣成世代)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難堪)하고 곤혹스럽다. 혹시 연로한 어르신 남자들도 화장대 앞에서 화장(化粧)을 해야 하는 남성화장시대(男性化粧時代)가 오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머지않아 진정한 의미에서의 남녀평등시대가 눈앞에 다가올 듯하다. 앞으로 잘 생긴 미남(美男)을 뽑는 남성들의 미남 코리아 선발대회가 열릴지도 모른다. 남성들이 화장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일본에서 봤던 화장하는 젊은 남자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남자들은 물론이고 나이가 들어가는 중년 남성들도 전문 미용가로부터 화장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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