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동 칼럼니스트, 전)KBS 아나운서
김선동 칼럼니스트, 전)KBS 아나운서

 

우리나라는 호칭사회다. 호칭이 어떻게 불려지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에 대한 대우와 사회적인 신분이 달라진다. 그 사람의 호칭을 들으면 사업하는 CEO인가 아니면 회사 사원이거나 기관 단체 등에서의 위상(位相)을 알 수 있다.

 

사람이 처음으로 호칭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눈을 뜨게 되는 것이 초등학교에서의 반장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학년에서 엉겁결에 반장을 하다 보면 반장에 대해 반 친구들이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선생님의 관심과 배려가 눈에 띄게 달라지게 됨을 알게 된다.

 

그러면서 반장이라는 호칭에 매력을 느끼게 되고 이에 익숙해지면 반장이라는 자리에 대해 서서히 욕심을 내게 된다.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반장을 하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 더 나아가 학생회장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당선이 되면 학생회장이라는 호칭에 대해 스스로 매료된다.

 

대학에 가면 과대표 총학생회장으로 발전한다. 직장에서는 조장 팀장 차장 부장 국장 본부장 센터장 대리 팀장 사장 등의 직위가 있고 그에 따른 호칭을 부른다. 계급사회인 군대나 경찰의 경우 호칭을 들으면 단번에 계급을 알 수 있다. 또 조직원일 경우에는 해당 조직에서의 위치와 담당 업무를 알 수 있다.

 

문학단체는 이사장 고문 회장 부회장 사무총장 사무국장 사무차장 공연위원 시화위원 자문위원 상임이사 등이 존재한다. 공조직은 계장 과장 국장 센터장 본부장 원장 실장 등 처럼 공기관이나 조직 기관 단체 등에서는 업무 특성에 맞도록 직위에 따른 직명이 다양하게 주어지며 그에 걸맞는 호칭으로 불려진다.

 

공조직의 장(長)이나 조직원들 가운데 일부는 호칭에 따라서 어깨에 힘을 주며 위세(威勢)를 떨거나 갑질을 해대서 사회적으로나 직장내에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호칭에 대해 매우 애착심을 갖고 호칭에 대해 민감(敏感)하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상대방이 호칭을 잘못 사용하거나 비하(卑下)하는 호칭을 사용할 때는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짜증을 내고 신경질을 부린다. 필자가 아는 지인(知人)도 직장을 옮기면서 만나자마자 대뜸 "나 오늘부터 국장이 됐으니까 그렇게 알고 국장으로 불러줬으면 좋겠다" 며 어깨를 으시댔다.

 

필자의 경우, 오래전에 한참 생방송을 하고 있는데 후배 아나운서가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큰소리로 "김선동 차장님! 방금 현업총괄부장님으로 승진발령이 났어요. 축하드려요." 라고 큰소리를 지르며 축하해 준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눈물이 왈칵 쏟아지며 "부장님" 소리가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그 후에 만나는 동료와 후배들마다 "부장님" 하면서 호칭할 때마다 그동안 승진시험을 준비하느라 고생했던 쓰라린 기억들이 봄눈 녹 듯 사라지는 쾌열(快悅)을 맛봤다.

 

필자가 아는 선배님도 자신의 사위가 부장검사로 승진했다며 은근히 자랑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또다른 지인은 자신의 아들이 직장에서 과장으로 승진했다며 너무나 좋아했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아마도 지금은 최소한 국장이나 센터장으로 승진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장관으로 재직하던 모 장관이 자리를 옮겨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되자 호칭이 바뀌면서 국민들의 눈과 귀가 그 인사에게 일시에 모아졌다. 그러면서 그 인사의 일거수일투족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언론계를 장식하며 최고(best)의 화두(話頭)로 떠올랐다.

 

그만큼 그 인사의 위상(位相)이 하루 아침에 달라지는 현상을 직접 목도(目睹)하며 호칭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이렇듯 사회나 직장내에서의 직위와 호칭은 매우 중요하다. 직위를 부여받고 호칭을 어떻게 부르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위상(位相)이 달라지고 대우가 달라진다. 뿐 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위에서처럼 직책에 따라서 직함이 달라지고 호칭(呼稱)도 달라진다. 직위가 올라갈수록 새로운 장(長)자가 붙여지며 호칭도 상승한다.

 

공식적인 관계에서의 호칭과는 상관없이 우리 사회에서는 '형님'이라는 말이 매우 폭넓게 다양한 의미로 사용돼 오고 있다. 그러나 이 '형님'이라는 호칭을 잘못 사용하면 실례(失禮)를 범하게 돼 관계가 악화되거나 서먹서먹하고 불편한 관계가 된다.

 

형님은 아내의 오빠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 또는 손위 시누이를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사이이거나 일가친척 가운데 항렬이 같은 남자들 사이에서 손윗사람을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다. 주로 남자 형제 사이에 많이 쓴다.

 

또 남남끼리의 사이에서 나이가 적은 남자가 나이가 많은 남자를 정답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다. 그밖에도 나이가 비슷한 동료나 아랫사람의 성 뒤에 붙여 상대방을 조금 높여 이르거나 부르는 말을 일컫는다. 따라서 후배가 선배를 보고 "ㅇ형"하면 실례가 된다. 스스럼없을 정도로 친하거나 존경의 마음이 있을 경우에 "형님"으로 부른다.

 

아무리 친하고 임의(任意)로은 자리라 하더라도 공적인 자리에서 제대로운 호칭을 불러주는 것이 예의(禮儀)이자 관습(慣習)이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얼마든지 형님으로 부를 수 있다.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교감(交感)을 갖고 인간관계를 맺는다. 이때 상대방의 직함이나 직위를 미리 알고 그에 걸맞는 호칭을 부르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적인 예의이자 관례이다.

 

참고로 퇴직자의 경우에는 가급적이면 한단계 높여서 호칭을 불러주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예를 들어 현직에서 '부장'을 하다가 퇴직했으면 '국장'으로 불러주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다.

 

-그러나 업그레이드된 호칭을 불순(不純)한 의도나 범죄(犯罪)를 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惡用)하는 경우는 예외(例外)임을 밝힌다.-

 

우리나라는 호칭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고 대우가 달라지는 사회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을 배려(配慮)하고 예우(禮遇)하는 차원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호칭(呼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봄철을 맞아 곳곳에서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만나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을 만날 때에는 상대방을 배려(配慮)하는 차원에서 적소(適所)에 어울리는 듣기 좋은 호칭을 부름으로써 즐거움이 넘치고 기분 좋은 분위기가 연출되는 즐거운 봄맞이 만남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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