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부사관 충원율 역대 최저… ROTC도 지원 안 해

지난해 군인 인건비 불용 규모가 최근 6년 사이 가장 큰 3099억원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업 군인인 장교와 부사관의 지원이 예상을 크게 밑돌아 1900억원에 육박하는 인건비 불용을 초래했다.

2022년 대선 당시 군 병사 월급이 주요 공약으로 떠올랐다. 이른바 ‘이대남’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병사 처우 개선부터 월급 상승까지 다양한 공약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상 병사들의 봉급과 처우는 항상 개선돼 왔다.

문제는 초급간부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병사의 처우 개선과 초급간부 지원율은 반비례했다. 병사들의 처우가 개선될수록 초급간부에 지원하는 인원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인력 부족을 간부 인원으로 채우려던 군의 목표가 위태로워졌다.

현장에서 말하는 것은 단순 봉급만이 문제가 아니다. 현역 초급간부들이 말하는 문제들은 군 내부 문제부터 전역 이후의 삶까지 다양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군 복무환경부터 전역 후 안정적 생활 보장까지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군인 인건비 불용액은 3098억5000만원으로 2022년(668억4000만원)의 4.6배 수준이자 최근 6년 중 최대였다. 해당 기간 두 번째로 불용 규모가 컸던 2018년도의 불용액도 762억원으로 지난해의 4분의 1에 미치지 못했다. 계급별로는 장교 477억4000만원, 부사관 1410억7000만원, 병사 1210억3000만원씩 각각 불용이 발생했다. 직업 군인인 장교·부사관 계급에서만 총 1888억1000만원이 쓰이지 않았다.

軍 간부 인력 부족한데 지원율 갈수록 떨어져… 봉급·숙소 등 처우개선 시급

군인 인건비가 불용으로 남는 주된 원인은 저조한 충원율이다. 국방부는 군 정원과 예상 인력운영률 등을 반영해 다음 해 인건비 예산을 편성한다. 실제 선발 인원이 예상보다 적을수록 불용액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사관의 열악한 처우가 대규모 불용을 초래한 셈이다. 근래 부사관 계급은 지속적인 충원율 부진에 시달려왔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0년 94.7%였던 부사관 모집 충원율은 2022년 86.0%까지 하락했다. 부사관 선발 인원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내리 모집 인원에 미달했다. 자연히 전체 충원율도 떨어지는 추세다. 국방부에 따르면 2022년 93.4%였던 전체 부사관 충원율은 지난해 91.8%까지 하락했다.

장교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2022년 ‘병 급여 인상이 초급간부 지원 의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병사 봉급 인상에 따라 신체검사 대상자의 장교 지원 의사와 부사관 지원 의사는 각각 현재의 58.5%, 76.5%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육군 학군장교(ROTC)를 운영하는 전국 108개 대학 중 절반인 54곳은 정원 미달 상태였다.

軍, ‘간부 중심 인력 전환’ 추진… 빨간불

‘상대적 박탈감’을 지워내기 위한 초급 간부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결국 부사관들의 처우가 (병사보다) 덜 올랐다는 점”이라할 수 있을 것이다“부사관 처우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

막상 병사 계급의 입영률도 예상을 밑돌아 불용 규모 확대에 기름을 부었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병사 입영률은 계획 대비 87.5% 수준인 18만7200명에 머물렀다. 현역병 가용 자원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실제 통계청은 군 입대 연령인 만 20세 남성 인구가 2020년 33만4000명에서 2025년 23만6000명으로 5년 사이 29.5%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방력의 핵심인 전투인력난에 총체적인 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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