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제리백이라는 조금 특별한 가방이 있다.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우간다에서는 10살 미만의 아이들이 물을 얻기 위해 제리캔이라 불리는 물통을 들고 30분 거리를 수 차례씩 오간다. 제리캔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보이는 약수터 물통을 생각하면 된다. 제리캔에 물을 가득 채우면 무게는 약 10kg으로 아이들 몸무게에 절반에 가까운 무게가 된다. 이 무거운 물통을 들고 아무런 도구나 도움도 없이 가다 보니 넘어지거나 다치기도 일수다.

심지어 인도와 도로의 구분이 불명확한 곳에서는 차에 치여 사망하는 등 아이들은 목숨을 걸고 물통을 나르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우간다의 물리적인 어려움을 제리백의 박중열 대표는 디자인을 통해 해결해 보자 생각 했다.

이렇게 탄생한 제리백은 아이들이 쉽고 안전하게 제리캔을 제리백에 담아 옮길 수 있고, 학교 책가방으로도 사용 가능하게끔 가볍고 튼튼한 소재로 만들었다. 안전을 위해 눈에 띄는 색상과 가방 뒤에 달린 반사판은 뒤에서 오는 차량이 쉽게 아이들을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엔 단순하게 가방을 만들어 국제단체에 팔려고 했다. 우간다 현지 여성 2명을 재봉사로 고용해 시작을 했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국제단체에서는 취지는 좋지만 협조할 수 없다는 답변만 왔을 뿐이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했다. 소비자가 제리백 브랜드의 제품을 사면 우간다 어린이에게 제리백을 주는 방식으로 제리백의 가격을 소비자 가격에 포함시키는 방법이다.

처음엔 이 방식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많은 소비자들이 호응해 준 덕분에 우간다 아이들에게 제리백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더군다나 아이들이 가방을 선물 받으면 학교에 더 열심히 나온다는 선생님의 감사인사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아이들의 불편을 넘어 지속적인 교육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도 갖게 됐다.

▲ 2016년 굿네이버스와 우간다 어린이 가방전달 사진

제리백의 박중열 대표는 인터뷰 마지막에 “아직은 인지도도 낮고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점차 나아지고 개선될 것이다고 전했다.

요즘 소비자는 과거와 달리 단지 제품의 기능과 브랜드만 보기 보단 기업의 철학과 가치를 보는 시대다. 이러한 만큼 사회적 기업으로 발돋움 하려는 제리백의 철학과 가치는 많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2016년부터 제리백은 다양한 온라인•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하여 다양한 곳에서 만날 수 있게 준비 중이다. 아직 오프라인은 서울 4곳과 제주도밖에 없지만 점차 늘려갈 예정이다. 좋은 품질의 제품과 박애주의적 철학을 가진 사회적 기업이 앞으로 더욱 크게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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