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 조국 민정수석.

문재인 정권의 탕평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의 초반 지지도가 80%를 넘어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 김동연(60) 아주대 총장, 정책실장에 장하성 고려대 교수(64), 경제자문 부의장에는 김광두(70) 서강대 석좌교수, 외교부 사령탑에는 강경화(62) 유엔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지명하는 등 문 캠프 외부 인사가 문재인 내각에 후보자로 추천이 됐다.

소통을 위해 문 대통령이 직접 발표도 했다. 경제와 외교 사령탑에 전 정권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을 중용했다. 김동연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와 박권혜 정권에서 일했다. 장하성 교수는 안철수 캠프에서, 김광두 부의장은 2015년부터는 박근혜 정권과 거리를 두었지만 이전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 역할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나름대로 능력중심의 인재를 쓰고 이념과 진영논리에도 자유로운 인물로 선정을 했다. 성의 장벽도 깨겠다고 했다. 대선 공약에 문 대통령은 같은 능력과 조건이라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기준은 있었다. 반대 정당인 자유한국당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배제를 했다. 김광두 부의장 같은 인물도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박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섰으며 대선 전에는 문 캠프에 합류를 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러한 합리적인 구상을 가지고 간다면 상당기간 동안 상승된 지지도로 국정운영을 하는 데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여 진다. 현재 여소야대로 협치와 소통이 필요하지만 국정의 지지도란 하나의 여론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협치가 되지 않을 때는 여론에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시기도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통과 협치 등 이러한 정신으로 갈 때는 상당기간 동안 급격한 지지도 하락은 없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내부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의 지지도를 가지고 국정 운영을 순조롭게 해나가기 위해서는 조국 민정 수석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근혜 탄핵정국에서 볼 때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질책이 쏟아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최순실 비선라인의 흐름을 몰랐을 리가 없었다.

조국도 마찬가지다. 그가 우병우 전 수석의 전철을 밝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입을 조심해야 한다.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입은 매가톤급의 효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어김없이 활자화 돼서 세상에 알려졌다.

진보 정권의 재집권을 위해서 밑그림을 그렸다고 볼 수가 있다. 그는 ‘진보집권 플랜’이라도 책도 발간을 했다. 지난 2012년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를 했으며 비선라인 자문역할을 해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해 총선에서 “호남에서 저를 지지 하지 않으면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약진을 하고 광주 전남에서 안철수 지지로 돌아서자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상당한 곤경에 빠진 적이 있다. 이때 조국 당시 서울대 교수가 나섰다. 문재인을 향해 “정치적인 결벽증을 떨쳐 내라”면서 구원투수로 나서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제는 비 검찰 출신으로 민정수석까지 올랐다. 청와대 입성 전까지는 어느 정도는 자유로운 입을 가졌지만 이제 그는 공무원의 입으로 얘기해야 한다.

현재 5.9대선 뒤에 양정철 전 비서관, 최재성 전 의원 등 친노 그룹 핵심멤버들이 문재인 대통령 곁을 떠났다. 아름다운 이별이었다. 하지만 조국은 남았다. 그것도 막강한 민정수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까지는 조국의 자유로운 영혼과 자유로운 입을 통해 그와 소통을 했지만 이제는 공무원이라는 공공재를 통해 소통을 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통과 고집으로 자신도 정치적 사망을 고하고 보수도 같이 죽었듯이 조국의 입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서 다닐 때는 문재인 정권도 하루아침에 지지도가 추락할 수 있다.

최근 극장가에는 ‘나쁜 놈들의 세상’을 그린 설경구, 임시완 주연의 ‘불한당’이라는 영화가 절찬리에 상영되고 있다. 거기에서 한재호 역을 맡은 설경구가 임시완에게 한 말이 생각이 난다. “믿는 순간 배신은 시작된다. 믿는 놈을 조심하라”는 말이 나온다. “사람을 믿는 것이 아니라 일의 상황을 믿어라”는 말도 덧붙인다. “맞다. 틀리다”를 떠나 문재인 대통령도 조국 민정수석도 이제는 자유로운 영혼을 접고 공무원이라는 공공재를 통한 ‘대한민국이라는 상황’논리에서 서로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상승과 추락은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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