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국이 쓴 ‘우상의 눈물’에서 유대가 학교 강당 으슥한 곳에 끌려가 기표를 비롯한 재수파에게 허벅지에 담뱃불로 다섯 군데나 지짐질을 당한 이유는 하나다. “메시껍게 굴지마.” 유대가 임시반장을 맡으며 잘난 척을 한 것이 재수파의 비위를 건드린 것이다. 소설의 무대는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것이 1980년이니까 학교폭력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게다가 당시는 지금과 같이 왕따라는 말도 생겨나지 않았을 때이다.

지난 1일 부산에서 여중생 3학년 2명이 다른 학교 여중생 2학년 1명을 마구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셋은 가출하고 어울려 지내다 알게 된 사이였다. 사건은 가해 학생이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무릎을 꿇고 있던 피해 학생의 사진을 소셜미디어로 전송하면서 퍼졌다. 그런데 이 사건이 일종의 보복극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가해자들은 지난 6월 29일 피해자를 공원과 노래방 등지에서 폭행했는데, 피해자의 어머니가 경찰에 고소했다는 걸 문제 삼아 지난 1일 또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폭행 이유는 피해 학생이 가해 여학생 중 한 명의 남자 친구와 전화 통화를 했다는 것이다.

청소년 범죄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학교폭력 수준의 청소년 비행이 이제는 범죄 수준으로 악화된 것이다.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은 점차 연령대가 낮아질뿐더러 그 정도가 심해진다는데 있다. 더욱이 한번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다시 범행을 하는 경우가 많아 단순한 교화 정도로는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소년범죄자 (만 10~18세) 발생 비율은 2006년 540.8명에서 2015년 737.4명으로 3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만 18세 이하 인구 10만 명당 흉악 범죄(살인·방화·강도·강간)는 71.3%, 폭력은 27.1% 늘었다.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엔 10대 청소년의 경우 형벌을 감경해주는 소년법을 폐지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한 여당 의원도 청소년 범죄 처벌을 강화하고, 12세 초등학생이라도 강력범죄를 저지르면 사형시킬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내겠다고 한다. 경찰대 교수 출신인 그는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알기에 강력범죄에는 강력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 청소년 범죄로 소년원에 들어간 소년수가 더욱 끔찍한 대인수가 된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는 보다 근본적으로 왜 청소년 범죄가 늘고 있고, 청소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조심스러운 분석이지만 입시스트레스는 청소년들에게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공부를 잘하면 인생 성공하지만, 공부를 못하면 인생 실패한다는 압박은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좌절과 소외를 맛보게 한다. 이런 압박은 1,2등을 다투는 아이들에게는 공부가 희망이 될 수 있으나, 대부분에 아이들에게는 절망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저출산으로 아이들이 반으로 줄었으나 입시경쟁은 더 심해졌다. 이제는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입시를 준비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세가 되면서 9등급으로 나뉘는 내신은 신분이 되어버렸다 한다. 이렇게 아이들이 일찍부터 경쟁에 내몰리면서 공부를 포기하는 낙오자들이 늘어나고, 비행을 저지르다 저희들끼리 폭행 등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데까지 다다른 것이다. 모든 청소년 범죄가 다 입시경쟁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다. 아이들 자신의 문제이고, 죄에 대해선 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어른들이 만든 사회에서 뒤처지고 떨어진 아이들에게 무언가 도움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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