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노조가 동시 총파업에 들어갔다. 2012년 이후 두 번째라고 한다. 명목은 적폐 청산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임명된 사장과 이사를 퇴진시키려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한 경영진의 퇴진 요구는 정당할뿐더러 시대정신에도 부합한다는 것이 노조 측의 입장이다. 법원에서도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불응한 MBC 사장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을 보면 정부도 노조 측을 암묵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시중에는 지난 9년 동안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방송장악을 고발한 다큐멘터리가 상영 중이어서 양 방송사의 파업은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정권의 방송장악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5.16쿠데타를 일으키면서 박정희가 제일 먼저 장악한 곳은 방송국이었다. 전두환은 정권을 잡은 뒤 언론통폐합을 추진했고, ‘땡전 뉴스’라고 해서 9시 뉴스는 항상 대통령 일정 소식으로 시작했다. 87년 6월 이후 한국사회가 민주화 되면서 방송의 자유는 허용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어느 권력도 공영방송을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채우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 당시는 신문기자 출신인 정연주 씨를 KBS사장에 임명하고 연임까지 시켜 빈축을 사기도 했다. 또 MBC 사장으로 임명됐던 최문순 씨는 이후 현 여당의 국회의원을 거쳐 강원도 도지사를 역임하고 있다.

언론 본연의 임무는 권력을 감시하고, 잘못을 비판하며, 건전한 대안을 제시하는 일일 것이다. 공영방송이라고 그 임무가 다르지 않을 텐데 왜 우리의 공영방송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이 정권이 들어서면 이 정권 편에서고, 저 정권이 들어서면 저 정권 편에서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가? 그야말로 언론의 자유는 공영방송에게 주어질 수 없는 이상(理想)일 뿐인가? 아니면 이번에 KBS·MBC 총파업이 성공해 ‘방송적폐’가 청산된다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담보되는 것일까? 왜 우리는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 같은 공신력 있는 방송국 하나 가지지 못하는 것일까?

방송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국회에서 일고 있다. 여야 추천 인사들이 다수결로 공영방송 경영진을 선출한다는 것이다. 방송법 개정 때마다 논란이 되는 것은 여야가 추천할 수 있는 이사 명수(名數)이다. 하지만 여야 추천 이사 명수가 조정이 안 되어서 공영방송의 위신이 추락한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 언론을 대하는, 그 가운데서도 공영방송을 대하는 정권의 태도가 문제인 것이다. 아무리 방송법을 개정해도 정권이 방송을 권력의 나팔수로 만들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한 공영방송의 파업은 계속될 것이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방송장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사람들이 지난 시절 자신을 돌아볼 때 ‘언론자유’를 외칠 수 있는지 생각하기를 바란다. 먼저 자신들의 눈에 들보를 빼어야 현 정권 눈의 티끌도 뺄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언론 담당자들도 방송적폐 청산이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으로 흐르고 있지 않은지 의심해보길 바란다. 좌가 됐던 우가 됐던 방송을 장악해 정권의 나팔수로 만드는 순간부터 국민은 등을 돌리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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