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시 국정감사는 한 야당의원의 독무대였다. 그는 자신의 질의 시간에 현 청와대 비설실장이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판공비 내역서를 문제 삼으며 “누구와 어디서 무엇에 썼는지 정확히 기재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배포한 사회적 경제 교과서에 관해서도 자유 시장경제는 악으로 사회적 경제는 선으로 묘사하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사회주의 이념을 주입시켜서야 되겠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가 발언할 때마다 기자들의 플래시는 연방 터졌고, 그의 질의 시간이 끝나자 취재기자들의 상당수가 국감장을 빠져나갔다.

문제는 그 야당의원의 태도였다. 동료 의원들에게 고성을 지르는 것은 물론이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삿대질을 해댔다. 사과를 요구하는 여당의원에겐 자신의 발언 시간에 끼어들었다며 먼저 사과를 하면 자신도 사과를 하겠다고 대꾸했다. 기자는 그 자리에 있으면서 ‘대체 저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한 가지 떠오른 생각은 그 야당의원은 정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다른 의원들과 달리 서울시 행정에 관한 질의가 아니라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표적으로 전략적으로 공략했던 것이다. 어쩌면 그 야당의원은 서울시 국정감사를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과시하는 자리로 이용했는지도 모르겠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정기회 회기 중의 법정 기간 동안,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 국정 전반에 관해 상임위원회별로 법정된 기관에 대해 실시하는 감사를 말한다. 다시 말해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수단으로 실시되는 것이 국정감사이다. 따라서 행정 전반에 관한 질의와 응답이 오가야 하는 것이지 정치공방에 따른 고성이 난무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본 국정감사에선 서울시 행정에 관한 질의응답이 아니라 정치인 박원순에 대한 질의응답 밖에 없었던 것 아닌가 한다. 그것도 자신의 의정활동을 외부에 과시하기 위해 전략적 무례함으로 가장하면서 말이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시청 기자실에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에서 서울시 국정감사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앙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를 감사하면서 지나친 자료 요구를 하는 반면 막상 제출된 자료를 활용해 질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관심사에 따라 ‘서울시장의 정치적 진로나 묻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사는 지방의회의 몫이다. 지방의회에서 각 분과 의원들이 각 단체의 행정을 감사하면 된다. 아직까지 지방자치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왕 하는 국정감사가 제대로 운영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죽하면 공무원노조가 서울시민에게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 소모적 국정감사로 자료 작성하는 실무공무원만 죽어나간다며 분통을 터뜨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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