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동연 박사(우)와 임택 편집국장(좌)

최근 대한민국 국가미래교육전략이란 책을 내고 수용성 교육을 전파하고 있는 원동연 박사를 만났다. 그가 바라보는 한국의 교육과 수용성 교육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박사님이 보시는 현 교육의 상황은 어떠신지 그리고 어떻게 수용성 교육에 착안하시게 됐는지 먼저 말씀해 주시죠.

저는 원자력연구소에서 핵연료를 개발한 사람인데요, 아주 조그만 부품 하나를 만들려고 해도 두꺼운 매뉴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교육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 인간을 교육하는 데는 더 대단한 지침이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무 것도 없는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교육하느냐 봤더니 각자 자기 나름대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그럴 경우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교사들에게 기본적인 시스템을 갖추어주어야겠다 생각했고요.

그 다음에 우리 교육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 중심이더란 것이죠. 못하는 아이들을 버리고 가는 형국인데, 문제는 잘하는 아이는 20~30% 정도이고 못하는 아이가 70~80%라는 것입니다. 못하는 아이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죠. 그래서 못하는 아이들의 수용성(受容性)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수용성(受容性)이라는 개념을 설명해주신다면.

수용성이란 교육을 받는 아이들의 마음상태의 문제입니다. 밭에 씨를 뿌리면 열매가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밭에 아무리 씨를 뿌려도 열매가 열리지 않는 것예요. 왜 그럴까 생각했더니 상식의 문제였습니다. 씨를 뿌릴 때 밭을 갈지 않고 씨를 뿌리는 농부가 있나요? 그런데 우리 교육은 교육을 받는 아이의 마음상태, 즉 밭을 갈지 않고 씨만 뿌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열매가 열리지 않지요. 그래서 마음이 깨진 아이들, 그러니까 수용성이 망가진 아이들을 연구하면서 수용성 교육에 착안하게 됐고 ‘대한민국 국가미래교육전략’이라는 책이 나오게 된 것이죠.

‘대한민국 국가미래교육전략’은 어떤 책인지.

카이스트에 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타가 있는데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미래를 대비하는 연구를 해달라며 독지가 정문술씨가 513억 원을 쾌척하셨어요. 그래서 미래전략대학원이 세워지고 우리나라가 앞으로 30년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국가전략을 짜서 ‘대한민국 국가미래전략’이 나오게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2014년 카이스트에 특강을 갔다가 ‘국가미래전략’을 보고 감동을 받아서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됐는데요, 문제는 전략은 짜졌는데 이를 실행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지요. 전략은 어떤 사람이 실행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데 우리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국가미래전략’을 실행할 인재를 키워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전략을 성공시킬 사람을 키워야 한다 생각해서 미래교육연구위원회를 결성해서 2017년 올해 ‘대한민국 국가미래교육전략’을 내놓게 된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대비한 인력을 키우기 위해 ‘국가미래교육전략’이 나오게 됐다는 말씀인데요, 박사님이 보시는 4차 산업혁명은 어떤 것인지.

인공지능 알파고는 인간이 둔 기보를 입력해, 다시 말해 데이터를 활용해 바둑을 두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제로알파고는 바둑을 두는 원리와 방법을 입력해 39시간을 훈련시켰더니 알바고에게 전승을 거두었지요. 이렇게 4차 산업혁명은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전대미문의 상황인 것입니다. 따라서 어떻게 기술을 활용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기술을 개발하느냐가 관건인 것입니다. 이번에 나온 ‘국가미래교육전략’은 전략을 새롭게 짜서 그 전략대로 실행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지난 20년 동안 제가 실행한 수용성 교육의 보고서라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수용성 교육을 해오셨다고 하셨는데, 수용성 교육이란 무엇인지.

우리 교육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 중심으로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잘하는 아이들은 씨만 뿌리면 스스로 열매를 거두게 되어있어요. 그런데 못하는 아이들 70~80%는 버리고 가는 것이 문제이지요. 저는 이 못하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두었습니다. 그 결과 마음이 상하면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아도 공부를 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좋은 씨를 아무리 뿌려도 열매가 열릴 수 없는 것입니다. ‘난 안돼, 하기 싫어’ 이런 마음이 자리 잡고 있는 한 아무리 공부를 시켜도 잘 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지력, 심력, 체력, 자기관리능력, 인간관계 회복능력, 이렇게 다섯 가지 측면에서 수용성을 회복시켜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만드는 것이 저희 5차원 수용성 교육인 것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수용성 교육을 하다보니까요, 교육은 단순히 지식전달의 문제가 아니라 전인격적 요소가 관련된 인간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즉 수용성이 인간의 본질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지난 20년간 해 오신 수용성 교육의 결과는.

아주 놀랍습니다. 중국에서, 몽골에서, 그리고 탄자니아, 현재 르완다에 이르기까지 지난 20년간 검증된 바로는 아이들은 수용성만 키우면 공부를 잘할 뿐 아니라 인성교육도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존의 교육방법은 잘하는 아이들만 놓고 데이터를 분석하기 때문에 정당한 실험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안 되는 아이들을 놓고 실험해야 하는데 저는 안 되는 아이들, 못하는 아이들만 대상으로 20년 간 수용성 교육을 시험해 좋은 결과, 좋은 열매를 맺게 한 것이지요.

우선 우리는 공부를 많이 시키면 잘할 줄 압니다. 하지만 그게 아이들을 망치는 길이예요. 아무리 10시간을 공부해도 자기 스스로 1시간 공부했으면 1시간 공부한 것이고, 비록 2시간 공부했어도 자기 스스로 2시간 공부했으면 2시간 공부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공부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에 수용성을 키워주는 교육을 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씨를 뿌릴 밭을 갈고 거름을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이 깨진 아이들을 ‘인간’으로 만들어주니까 자기 스스로 공부를 하기 시작하고 공부하는 양도 늘게 되어, 성적이 자연히 올라간 것이지요.

요새 인성교육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그것과도 관련이 있는지.

네 그렇습니다. 인성교육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인사 잘하는 아이’를 만드는 것이 인성교육인 줄 알아요. 하지만 ‘인사 잘하는 아이’를 만드는 데는 이틀이면 됩니다. 때리면 이틀이면 ‘인사 잘하는 아이’가 되요. 하지만 마음이 바뀌어서 ‘인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아이’로 만드는 데는 1,2년이 걸립니다.

그래서 저희는 수용성 교육을 단순한 인성교육이 아니라 전인격적 인성교육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이제 인성교육으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인성교육은 ‘예절 바른 아이’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이 상한 아이를 살리는 것, 즉 수용성을 키우는 것이 인성교육입니다. 수용성 교육을 하면 인성교육은 저절로 되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지금 100세 시대가 되어 평생교육이 강조되는데요, 수용성 교육은 성인에게도 적용이 되는가.

물론입니다. 옛날에는 30년 공부하고, 30년 일하고, 10년 있다가 인생을 마무리 했는데요, 지금은 30년 공부하고, 30년 일하고, 30년 버텨야 합니다. 앞으로는 은퇴 후 60년을 버텨야 되는 시대가 옵니다. 그렇다면 남은 30년, 6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이냐가 관건인데요, 저희는 통전적 평생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시 말해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그때그때 가르치는 평생교육이 아니라, 전인격적 수용성을 키워 어떤 상황에서도 자족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진짜 평생교육이라는 것이죠. 

대담: 임택 편집국장
정리: 정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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