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내세워 낙태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낙태가 일반화된 상황에서 이를 죄로 규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여성에 대한 차별이며, 인권침해라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계를 비롯한 보수적인 단체에서는 낙태를 금지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낙태는 엄연한 살인이며 태아의 생명을 없애는 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생명이란 무엇이며, 태아를 생명으로 볼 것인지 아닌지 차분히 생각해 봐야 한다.

전통적으로 태아는 엄연한 생명체이다. 우리가 임신한 여성에게 태교를 강조하는 것도 배속에 아이를 생명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를 셀 때 엄마 배속에 있었던 열 달을 한 살로 친다. 그런데 물질문명이 발달하고 의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을 진화론적 인간, 즉 물리적 인간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태아는 남자와 정자가 결합해 생성된 세포덩어리이며, 여느 동물과 다름이 없이 생로병사를 겪게 되는 자연의 산물로 보게 된 것이다.

성윤리의 변화도 낙태를 바라보는 관점, 더 정확히는 태아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데 일조했다. 현대인의 자유로운 성관계는 원치 않는 임신을 양산했으며, 이를 책임지려 하지 않는 사람들은 낙태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낙태가 불법인 상황에서 음성적으로 시행되는 시술은 여성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겼으며, 임신을 시킨 남성의 무책임한 태도도 낙태의 합법화를 촉구하는데 원인을 제공했다. 그러므로 당사자들, 즉 임신한 여성과 임신을 시킨 남성만 생각했을 경우 낙태를 합법화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

임상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낙태를 시술한 의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태아가 생명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우리는 여성의 몸에 생겨난 아이를 책임질 수 없어서 또는 책임지기 싫어서 생명이 아닌 세포덩어리라고 보고 싶을지 모른다. 하지만 태아가 자궁 속으로 이물질이 들어와 자신을 해치려고 할 때 보이는 반응은 생명체의 그것과 똑같다는 것이 한결같은 증언이다. 그렇다면 종교적으로 또는 전통적으로 태아를 생명체로 보는 것 이전에 의학적으로 태아는 생명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낙태죄 폐지, 곧 낙태의 합법화는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인권보호 확보 이전에 생명을 죽이는 살인이라는 것을 알아야한다. 아무리 세상이 혼탁하고 어지럽다고 해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할 것 아닌가? 엄연한 생명을 죽이면서 인권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낙태는 금지되어야 하고, 합법화될 수 없는 것은 현대인의 성문화를 떠나서 우리가 지켜야할 원칙인 것이다. 낙태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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