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에 뉴스타파 최승호 PD가 임명되었다. 최승호 신임 사장은 1986년 MBC에 입사해 노조위원장을 역임 했고, 2005년에는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조작 사건’을 보도한 스타 PD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출범 후 2012년 파업을 주도했다는 혐의로 해고되어 ‘뉴스타파’라는 인터넷 매체를 만들었다. ‘뉴스파타’는 국정원의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자백’,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고발,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언론장악을 비판한 다큐멘터리 ‘공범자들’ 등으로 사회에 의식 있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공영방송의 언론정상화를 꼽았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공영방송이 권력의 사유물이자 나팔수가 됐다며, 이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많은 사람들이 지지했다. 실제로 보수정권 10년 동안 공영방송은 공정성을 상실하고 권력을 수호하는데 앞장섰고, 그 참담한 실상은 세월호 보도에서 극에 달했다. 심지어 박근혜 퇴진을 주장하는 국민의 요구가 하늘을 찌르는데도 이를 외면했던 것이 공영방송이었다.

언론정상화는 먼저 언론의 공정성 확보에 생명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흔히 언론의 객관적 보도라고도 한다. 물론 언론이 객관적 태도를 취하면 공정할 수 있냐는 문제제기도 나올 수 있다. 형식적 객관성이 실질적 공정성을 해치는 사례를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식적 객관성의 문제는 객관성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실질적 객관성을 견지해 공정성까지 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인의 자세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과학적이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이성과 상식을 망각한 언론인은 사회를 병들어 죽게 하는 암세포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사회는 유난히 좌우의 이념대립이 심각하다.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우파 일변도의 정권이 지속되다가 민주화 이후 좌파 정권이 들어섰지만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며 다시 우파 정권 10년을 보냈다. 이번에 새로 들어선 정권은 지난 우파 정권 10년이 아무리 못마땅하다고 하더라도 정도(正道)를 지켜야 한다. ‘적폐청산’이라 하여 지난 10년을 모두 부정해버린다면 좌우 정계는 물론 국민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 그런데 최승호 MBC 신임 사장도 “개인의 이익을 위해 조직을 망치고 동료를 망친 구체적 근거가 있는 분들에 대해 조사를 할 것”이라고 했다. 공영방송 발(發) 적폐청산의 신호탄이다.

최승호 PD의 MBC 사장 임명은 한국 언론사에 또 다른 이정표가 될 것이다. 벌써부터 야당에선 “최 사장 선임으로 공영방송 MBC가 완전한 노영(勞營)방송이 됐다”고 나서고 있다. 문제는 사측 이익을 대변하느냐 노측 이익을 대변하느냐가 아니다. 명색이 공영방송인데 좌가 잡으면 좌측 사람 가져다 쓰고, 우가 잡으면 우측 사람 가져다 쓰는 행태가 문제인 것이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KBS 사장에 정연주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이 임명되면서 보수정당에서 반발했던 일이 오버랩 된다. 언제까지 공영방송이 정권의 시녀노릇이나 하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되어야 하는가. 집권당의 입맛에 맞는 사람의 자리바꿈이 언론정상화인지 그 기준의 잣대가 의심스럽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