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정부는 기업을 통해 일자리 만들기 등 국부창출을 달성해 국민복지를 구현해야 하고, 기업은 정부라는 울타리 안에서 법적 제도적 뒷받침을 받아 국내외로 시장을 넓혀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것이다. 사업보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집단, 이른바 재벌에 대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규제를 강화하며 조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재인식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에 목숨 거는 정부와 이를 위해 가장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재벌이 상생의 길을 찾아 상호 협력하는 리더십을 발휘토록 해야 한다. 잘못하는 재벌에겐 엄격하고 공정한 법의 잣대로 심판대에 세워 도덕적 해이를 막도록 힘쓰고, 일자리 창출과 사회공헌에 힘쓰는 재벌들에게는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충분히 부여함으로써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벌들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하는 것이다.

사리가 이러하기에 청와대가 연기했지만 국내 8대 대기업과 만나 정부의 새해 경제정책을 설명하고 일자리 창출 등을 논의하기 위한 계획을 잡고 있는 것은 기대를 갖게 한다. 청와대가 재계와 대화에 나선 것은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기업인 호프미팅을 개최한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청와대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재계와 간담회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 다녀왔고 한반도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이 잦아들어 관계개선이 되면 가장 먼저 움직이는 주체가 주요 대기업임을 환기, 정부의 내년도 경제운용 방향 등에도 많은 대화가 필요한 타이밍이라 기업인을 그룹별로 보려한 것 같다는 분석이다.

청와대의 시의적절한 소통 행보라고 하겠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재계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재벌개혁 의지를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정부가 재벌개혁의 방향을 잘못 잡았을 경우 그 여파는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에 견디다 못한 재벌들이 해외로 나갈 수도 있고, 또 외국인들의 국내 직접투자에도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사업을 확장해야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근래 정부 정책은 투자를 위축시키고 기업의 발목을 잡는 쪽으로 가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세계가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는데 우리만 홀로 법인세를 올리기로 했다.

5대 기업집단의 사내유보금은 370조 원으로 10년 만에 3배 정도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투자 효과, 이른바 '낙수효과'가 희미해지면서 소수 대기업 중심의 성장이 전반적인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는 신성장, 신산업과 같이 일자리 창출이 수반되는 분야에 대한 기업의 투자를 장려하고 있고 또 혁신성장의 중요한 요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과 괴리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예정된 기업인과의 만남을 통해 기업이 마음껏 투자하고 일자리를 청출, 한국경제의 활로를 여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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