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단축 법안이 연내 처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근로기준법은 '주 40시간' 기본에, 노사 합의로 주당 12시간을 연장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1주'에 '52시간'이다. 하지만 행정 지침에 따르면, 평일에 52시간 일한 노동자가 휴일인 주말에 8시간씩 더 근무해도 아무 문제가 없게 된다. 52시간에 16시간을 합치면 주당 68시간, 연장근로만 한 달에 100시간을 넘길 수 있는 '주 68시간 근로제'인 셈이다.

노동자의 ‘휴식 있는 삶’이 불가능한 이유이다. 이에 지난 대선 때는 야당까지 모두 노동시간 단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 과제'에도 포함됐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노동시간 단축이 난항인 것이다. 정치권에서 '휴일 가산 수당'을 놓고 격렬한 충돌이 빚어졌고, 반년 간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인 것이다.

이른바 '휴일 가산 수당‘을 보는 여야 간 현저한 시각차에서 노동시간 단축 법안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으론 연장근로나 휴일근로를 할 경우 휴일 가산 수당을 모두 50%씩 더 받게 돼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과 정의당은, 연장수당 50%에 휴일수당 50%를 합해 통상임금의 100%를 더 주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비해 자유한국당은 수당이 중복되고 있음을 환기, 기업 부담을 고려해 50%만 얹어주자고 팽탱히 맞서고 있다.
문제는 중재에 나선 여당 환경노동위원회 지도부까지 원칙 없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1월엔 재계 입장에 가까운 50% 절충안을, 이번 달엔 노동계 입장에 가까운 100% 절충안을 내놓으면서 합의 도출에 실패하고 만 것이다. 집권당답지 않은 오락가락 정책 행태를 보이기에 “여당이 당론으로 확실한 입장을 정하고 야당과의 협상에 나서는 게 순서 아니냐”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일부 의원과 정의당 의원들은 현실을 도외시한 이상론을 접길 바란다. 세계 최장 수준인 근로시간을 줄이는 것은 일자리 문제 해소와 일과 삶의 균형 차원에서 우리 사회의 과제이기는 하다. 정부가 근로시간 문제까지 아우르는 노동개혁을 줄곧 추진해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이런 중차대한 법안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시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사회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무차별적인 노동시간 단축은 기업들이 생산량을 줄이거나 고용을 늘려야만 하는 양자택일의 선택에 내몰게 된다.

그러잖아도 직원 300인 미만인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이 최저임금 인상 부담 탓에 내년 고용을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27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조사'에 따르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 중 42.7%가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오죽 경영이 어려우면 사람을 줄이겠다고 하는 지 실정을 이해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은 생산성 향상이 수반돼야 일자리 나누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노동시간과 생산성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부터 이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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