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빈익빈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사회 양극화를 좁혀야 하는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시정은 대표적 사안이다. 같은 일, 아니 더 힘들고 더 많은 업무를 하면서도 처우는 더 열악한 실정에서 사회통합은 나무 위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처럼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시급하다고 하더라도 점진적 개선에 나서는 게 순리다. 한꺼번에 모두 정규직 신분으로 한다면 급격한 인건비 부담과 기존 정규직과의 ‘형평성’ 등에서 후유증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사리가 이러한데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1만여명 대부분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서두른다는 인식을 지우기 어렵다.

생명·안전과 밀접한 분야 약 3000명은 공사가 직접 고용하고 공항 운영 및 시설관리 분야 등의 인력 약 7000명은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는 방식으로 전체 비정규직의 약 99%인 97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최종 전환 시기는 용역업체와의 계약 문제 등을 감안해 내년 말까지로 늦췄다. 인천공항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한 상징적인 기관이다. 물론 공사가 지난 7개월의 논의 끝에 정규직 전환 해법을 제시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후유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인천공항공사의 경영난이 우려된다. 아무리 정부가 밀어주는 공사라지만, 1만명 가까운 정규직을 한꺼번에 채용하면 인건비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공기업은 종종 정권이 추진하는 국정과제의 희생양이 된다.

이제 인천공항공사가 물꼬를 텄으니 다른 공기업들도 이 모델을 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의 질을 중시하다 보면 양이 줄 수도 있다. 정규직은 정년을 보장받는다. 정규직이 되는 순간 자연스럽게 기득권층이 된다. 당분간 인천공항공사에서도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힘들 것이다.

더욱이 경영 여건이 열악하고 인건비 지급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은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 저임금 미만 근로자의 68.2%가 집중된 소상공인과 10인 미만 영세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인건비 부담을 느낀 사업주가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고용을 줄이게 되면 여성, 청년, 노인 등 취약계층의 취업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건 불 보듯 훤하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27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조사'에 따르면 300인 미만 중소기업 중 42.7%가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답했지 않은가.

여기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따른 인건비 인상,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는 호소다. 산업 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정부·여당의 탁상공론에 중소기업 현장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상을 추구하되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은 큰 후유증을 몰고 온다는 사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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