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이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첫 협상을 마친 6일, 한·미 양국 수석대표는 "쉽지 않은 협상이다" "합의까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밝힌 게 잘 보여주고 있다. 양국이 신속하게 개정 협상을 진행하자는 데는 동의하지만 통상 현안에서 입장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2차 FTA 개정 협상은 1월말쯤 서울에서 개최된다. '서울 협상'에서 양국은 이슈별로 맞붙는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미국 측은 특히 자동차 이슈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한다. 예견됐던 일이다. 한·미 FTA는 한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자동차라도 미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라면 업체당 2만5000대까지 수입할 수 있도록 쿼터(할당)가 설정됐다. 그런데 미국 자동차 업계는 이 쿼터를 없애거나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리 이력 고지와 배출가스 기준도 그동안 USTR이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제기한 불만이다. 미국이 트럭에 대한 관세 연장을 주장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미 FTA는 발효 5년이 지나면서 양국의 자동차 관세가 모두 철폐됐지만, 미국은 트럭에 대한 25% 관세를 발효 8년차까지 유지하고 10년차에 폐지하게 돼 있다. 자동차부품의 경우 우리나라는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으로 부품 수요가 많지만, 미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비중이 높지 않은 편이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자동차 부품의 무관세 수출을 위한 역내가치포함 비율을 기존 62.5%에서 85%로 늘리고, 부품의 50%를 미국에서 조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어 주목되는 내용이다.

물론 우리 또한 미국에 유리한 ‘불평등 조약’ 개정을 미국 측에 요청했다.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와 무역구제 조치에 대한 개선 요구다. 우리 측이 요구한 ISDS 조항은 그간 FTA 협정에서 독소조항으로 개정 필요성이 높았던 이슈다. ISDS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해당 국가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분쟁해결 제도다. 문제는 규정이 명확치 않아 제소가 남발될 우려가 컸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녀선 안 된다. 우리는 ISDS와 반덤핑 관세 등 무역구제 남용, 한국이 적자를 보는 지식재산권과 여행 서비스 등 분야에도 미국 측에 양보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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