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7일, 공정위는 지멘스가 CT, MRI 유지보수 시장에 신규 진입한 중소 사업자를 배제한 행위에 시정명령과 약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였다. 장비 유지보수 시장에서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막은 데 대한 제재로서, 후속시장(주상품과 보완관계인 부상품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으로, 프린터기의 카트리지, 자동차 부품, 장비 유지보수 등이 부상품의 대표적 사례임)에서의 경쟁제한 행위 관련한 공정위 최초의 제재 사례이다.

CT, MRI장비 시장은 지멘스, GE, 필립스 등 소수 다국적 기업이 과점하는 구조로서, 지멘스는 4년 연속 업계 1위 사업자이다. 지멘스가 자사 CT, MRI 유지 보수 시장을 독점하던 중13년 말장비를 제조·판매하지 않고 유지 보수 서비스만 제공하는 사업자가 등장하였는데, 장비에 대한 유지 보수 시장에서 지멘스는 90%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었고, 나머지 4개 중소업체들은 10% 미만이었다(각 회사 장비별 유지보수 시장을 별개 시장으로 획정함).

그런데 공정위는 해당 장비가 고가로서, 유지보수 가격인상을 이유로 장비 교체가 어렵고, 구매자들이 장비와 유지보수 서비스를 2~3년의 시차를 두고 별도 계약을 통해 구매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유지보수 시장을 주상품 시장과 별개로 획정하였다.

주요 법 위반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경쟁 사업자와 거래하는 병원에 대한 거래 조건 차별 (공정거래법3조의2 사업활동 방해, 23조 1항 1호 거래조건 차별) 즉 자사 CT, MRI를 구매한 병원이 타 유지보수 사업자와 거래하는지 여부에 따라, 장비 관리 및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서비스키(장비 내 특정 소프트웨어 구동을 위해 필요한 비밀번호로서, 사용 가능 기능 범위에 따라 레벨이 차등화 되어 있음) 발급조건(가격, 기능 발급 소요 기간)을 차별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시장의 진입장벽이 강화되고, 유지보수 사업자 4개 중 2개가 관련 시장에서 퇴출되는 등 경쟁이 제한되었다.

②병원에 오인 가능성 높은 공문을 발송한 행위 (공정거래법 23조 1항 3호,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행위) 즉 타 유지보수 업체를 이용하면, 안전 관련 업데이트(의료기기법 상 제조업자가 판매 후에도 품질유지를 해야 한다는 조항에서 유래하는 것으로서, CT, MRI의 경우 자외선 방사와 관련된 사항 등임)를 받을 수 없고, 자사 소프트웨어 없이도 가능한 유지보수 작업이 존재함에도, 필연적으로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라는 내용의 공문 발송함으로써, 타사업자 진입 초기에 병원이 그와 관련한 정보를 충분히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해당 공문으로 인해 병원의 오인가능성이 가중되었다.

본 건은 후속시장의 경쟁제한 행위에 대한 공정위 최초의 법 집행 사례로, 후속 시장도 별개의 시장으로 획정이 가능하고, 해당 시장에서의 시장지배적사업자 지위남용 행위도 동일하게 제재할 수 있다고 판시한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장비 메이커의 입장에서는 생산하는 장비의 유지보수 관련 유사한 사례가 없는지, 유지보수 서비스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해당 회사에 설비를 납품하는 대형 설비사가 본 건과 유사한 행위를 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해 볼 필요성이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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