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 궁극적으로 세계평화 구현을 위한 중국의 역할이 무겁고도 크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관망만 한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강경한 태도 변화에 대해 ‘시진핑(習近平) 배후론’을 주장해온 만큼 북·미 정상회담 무산의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결과적으로 북한 측의 ‘예의를 갖춘 반응과 정상회담 희망’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재추진 의지를 보임으로서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 성사가 가사화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 측의 소아병적 대북 영향력 확대 속셈만 노출된 것이다.

사실 중국은 그간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목에서 잇따라 북한에게 힘을 실어주며 북·중관계 회복에 주력해왔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인 데 이어 북·미 양국이 비핵화 프로세스를 두고 본격적인 힘겨루기를 시작하던 즈음에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2차 북·중 정상회담을 가진 뒤 북한 노동당 친선 참관단까지 환대하며 경제협력을 모색했다. 중국 입장에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논의 과정에서 ‘차이나 패싱’, 곧 중국 배제 우려를 불식시키고 ‘중국 역할론’을 부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중국이 북한 뒷배를 봐주는 증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북한으로 가는 원유 수송 트럭과 열차는 줄을 잇고, 북·중 접경도시에는 북한 여성 인력이 넘치기 시작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큰 국가이다. 따라서 대북 제재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중국의 좀 더 강력한 동참이 전제돼야 한다. 북한의 중국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북한은 정권의 생존과 직결되는 원유(原油)의 90% 이상, 식량도 거의 중국에 의존한다. 중국은 정상적인 무역 거래 방식과 원조 방식으로 북한에 해마다 100만t 가량의 원유를 공급하고 이 가운데 50만t은 무역통계에 안 잡히는 원조형태로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은 직시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 정착 국면에서 대 북한 영향력 유지만 생각하는 행태를 계속하면 종국적으로 중국에 화를 부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가 실패하면 동북아는 핵무장 시대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미국과 함께 G2(세계 주요2개국) 반열에 오른 중국이 평화세계 실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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