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그동안 경제를 지탱해왔던 스마트 폰과 반도체 등 첨단제조업에 대한 중국의 추격이 무서운 것이다. 위협이 아니라 현실화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3년 새 인구 10억명 이상의 거대 시장인 중국과 인도, 아프리카에서 모두 1위를 내줬다. 특히 중국에서의 퇴조는 공포에 가깝다. 2013년만 해도 현지에서 팔리는 스마트 폰 5대 중 1대가 삼성 폰(점유율 19.7%)이었지만 현재는 1%대로 급락했다.

삼성의 ‘패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구 13억명의 인도 시장에서도 작년 4분기에 처음으로 중국 샤오미에 1위를 내줬다. 샤오미는 올 1분기에도 정상을 지키며 삼성과 점유율 격차를 5%포인트로 더 크게 벌렸다. 물론 지난 3월 창업 80돌을 맞은 삼성의 성취는 눈부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왕좌를 25년간 지켜온 인텔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삼성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는 ‘세계 500대 브랜드’중 923억 달러(약 100조원)로 4위로 조사됐다.

하지만 삼성은 큰 위기에 직면했다. 반도체 스마트 폰 디스플레이 등 주력제품이 중국 추격과 일본 미국의 역습으로 시장을 내주고 있는 형국이다. 예컨대 우리 수출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는 반도체마저 위기에 처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15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영업이익의 70%가량을 차지한 반도체부문에 대한 중국이 추격이 매섭다. 반도체 슈퍼호황은 정점에 거의 도달해 하반기부터는 하락 사이클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은 우리 기업들의 이익구조를 보면 안타까운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편중현상이 지나치게 심하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상장사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가져오는 막대한 이익의 착시현상에 속아 우리 경제가 순항한다는 착각에 빠지면 안 된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설상가상 중국이 '반도체 굴기'에 박차를 가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해외 인재와 외국 경쟁사의 기술자 유치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반도체 업계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칩 기술자는 중국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이 한국이나 대만보다 5배 급여를 받는 게 흔하다고 말할 정도다.

우리의 면밀한 대비책이 시급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인공지능(AI), 바이오와 태양전지 등 신수종산업 육성을 위한 과감한 규제 혁파와 투자가 긴요하다. 그래야 미래 먹을거리인 신사업이 기대만큼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임을 바로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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