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은행들의 안일하고 부도덕한 경영 행태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글로벌 시대 선진 외국은행과의 경쟁력 제고 노력은 뒷전인 채 대출금리 조작 등을 통한 예대마진 확대에만 치중한 게 밝혀졌다. 편법과 불법적 수단을 통한 이윤증대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들이 대출자 소득이나 담보를 빠트리는 등의 수법으로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올려 받은 사례가 수천 건에 이른다고 한다. 여러 지점에서 동시다발로 비슷한 사례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단순 실수보다 고의나 시스템 문제에 무게가 있다는 분석이고 보면 여간 심각한 상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번 사안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은 수법의 성격이 ‘악의적’이라는 점이다. 대출자 소득을 누락하거나 축소 입력해 가산금리가 높게 매겨진 사례가 많다는 게 뒷받침하고 있다. 어느 은행의 경우 부채비율(총대출/연소득)이 높으면 상환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이 비율이 250%를 넘으면 0.25%포인트, 350%를 넘으면 0.50%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대출금리에 붙였다. 이때 대출자 소득을 ‘0원’이나 ‘100만원’ 등으로 창구 직원이 임의로 입력한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소득이 적게 입력된 대출자는 부채비율이 높게 나와서 0.25%포인트 또는 0.50%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물린 것이다.

예컨대 연소득 8천300만원 직장인은 소득이 0원으로 입력된 탓에 부채비율이 350%를 넘었다. 이에 따라 가산금리 0.50%포인트가 붙었고 50만원의 이자를 더 냈다. 이 같은 사례가 라 여러 지점에서 수천 건이 발견됐다는 게 은행들의 부도덕함을 말해주고 있다. 단순 실수가 아닌 고의적이거나 최소한 허술한 시스템 탓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국내 은행들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경영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 지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한국은행이 연 1.5%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5대 시중은행들이 그동안 앞 다퉈 대출금리를 올린 게 잘 보여주고 있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자금조달비용지수, 곧 코픽스 금리가 인상됐기에 어쩔 수 없다고 이유를 대고 있다. 이에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4.67%에 이르고 일부 고정금리는 5% 선을 넘어섰다.

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대신, 손쉽게 예대마진을 늘려 이익을 챙기는 건 옳지 않다는 비판을 받기에 족하다. 사실 우리나라 은행의 생산성 제고는 절실하다. 우리나라 은행원들은 소득수준을 감안했을 때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은행원들보다 최고 두 배 가까이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다. 특히 금감원은 대출 가산금리를 구성하는 목표이익률이나 신용프리미엄 등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어 이자상환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번 기회에 모든 은행에 유사 사례가 있는지 전수 조사하되, 최소한 상사채권 소멸시효인 최근 5년치 대출에 대해선 부당 수취 이자를 돌려주도록 은행들을 지도감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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