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탐구 결과를 발표할 때면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거나 다른 의견을 주장하는 어린이들의 참여로 활발한 토론 장면이 자주 만들어진다.

“우리 모둠은 고려와 조선의 건국 과정을 주제로 하여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메기는 소리는 제가, 받는 소리는 민서와 예나, 재동이가 하겠습니다.
고려는 왕건이 세웠~죠 쾌지나칭칭나~네, 이성계 조선을 세우~고 쾌지나칭칭나~네…….”
지난여름 ‘우리 역사, 최고의 사건을 찾아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민요 ‘쾌지나칭칭나네’에 맞추어 역사 속 고려와 조선의 건국에 관한 노래를 만들어 부르던 남대구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들의 모습이다.

-‘꿈과 희망, 행복을 가꾸는 교실…’
‘무엇을 학습하느냐?’ 보다 ‘어떻게 학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학생 중심 프로젝트학습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남대구초등학교에서 배우고 가르치며 보낸 2년이다. 학생의 관심사와 흥미 중심, 그리고 협력적 문제해결력을 으뜸으로 하는 프로젝트수업의 실천을 위해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전교사가 도서실에 둘러앉아 토론하고 전문가를 초빙해 함께 고민하는 풍경도 이제는 익숙하다. 학생 중심의 프로젝트학습으로 ‘미래교육’의 길을 열고 있다고 자신해도 괜찮을까? 잘 가르치기 위해 동료 선생님과 함께 공부할 때마다 느끼는 작은 설렘과 기쁨이 있지만 아직도 모르는 부분은 많다.
남대구초등학교 5학년의 ‘역사 프로젝트학습(2학기 주제: 인물과 함께 하는 근대 역사 탐험)’은 학습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이 근대 역사에 대한 그들의 관심사와 궁금한 점을 모아 탐구할 문제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배우는 사람이 알고 싶은 것을 탐구 과제로 삼아야 재미있게 잘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한다. 그 다음은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탐색하고 관련 자료를 찾아 함께 생각하고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며 친구들과 협력하여 해결하는 과정이 길게 엮어진다. 이 때 어린이들은 혼자 해결하기는 힘들어도 함께 해결하면 잘 된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프로젝트 학습의 끝은 대주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 활동을 수행하거나 ‘러닝페어’로 마무리된다. 그래서 2014년 2학기에도 약 13주에 걸친 61시간의 프로젝트학습이 계획되었다. 조선 후기부터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은 우리나라 역사 공부가 재구성되어 재미도 의미도 새로워지게 된다.
학습자를 관찰해 보자. 학급의 어린이들은 역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동안 공부가 즐거워 보인다. 딱딱하거나 복잡하고 암기해야할 사건의 연속으로만 생각할 수도 있는 우리 근대 역사를 역할극(근대문물 도입이 생활에 미친 영향)이나 역사노래 만들기(음악의 밤 발표)로 또는 신문(개항開港신문) 만들기나 홍보 동영상 만들기(독립운동 홍보물) 작업으로 바꾸어 공부하였다. 다른 누가 생각하지 못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모둠의 친구들이 칭찬해 준다. 혼자서 해결하기 보다는 소집단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묻고 답하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의사소통의 기술을 익혔다. 이번 학기 프로젝트 활동 중 ‘백범 김구와 이승만의 정부 수립에 대한 의견’을 주제로 주장과 반론을 펼친 사이버 토론은 학생들이 뽑은 재미있는 활동 중 하나였다.
어린이들은 프로젝트학습으로 우리 역사 공부의 의미도 찾을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 우리 겨레의 삶과 독립운동에 대한 궁금증은 대구 중구 근대골목 투어와 독립기념관 현장체험학습으로 이어졌고 국채보상운동의 장면이나 시련에도 꿋꿋했던 독립투사 홍보 영상을 만들도록 이끌어 주었다. 잊혀진 독립운동가 역할을 맡아 역사 속 한 장면을 연기하는 동안 우리 역사를 공부하는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교사의 역할은 학생의 뒤에서 학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돕는 것이었는데 학습의 조력자로서 준비해야 할 것은 많았다. 학생의 수준과 흥미를 고려한 매 차시 활동 자료를 준비했고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간 후 동료 선생님과 오늘의 학습을 평가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은 항상 분주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학기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거의 매일 함께 고민하였고 이제 겨울 방학 동안에는 다음 학기 프로젝트를 구상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의 분위기나 학생들의 태도도 중요한 요소이다. 우선 역사책을 늘 가까이 두도록 독서 지도를 꾸준히 하였다. 수업 시간 중이라도 교실 공간을 벗어나 학교 도서관이나 컴퓨터실을 자유롭게 활용하였으며 가끔은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자료를 수집하였다. 이렇게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발표하고 질문하며 토론하였다. 학기 초 반 전체가 함께 공부한 ‘좋은 질문을 하는 방법’은 하브루타에서 가져온 것이었고, 협력학습 수업 공개의 경험을 통해 소집단 단위의 문제 해결에 필요한 대화의 방법도 익혔다. 학교에서 초빙한 전문가 연수에서 배운 ‘분쟁적 대화, 누적적 대화, 탐색적 대화’를 구별하며 어린이들이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도왔다. 서로 돕는 분위기와 적극적인 태도는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수십 장의 인물카드 만들기 과제를 뚝딱 해내도록 이끌어 주기도 하였는데 아마도 이러한 학습 분위기와 태도는 5학년이 되기까지 해마다 경험한 프로젝트학습의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고학년이 된 지금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일제 강점기 애국계몽운동을 주제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 발표한 후 고은찬(5학년) 어린이는 “일제 강점기의 다양한 독립운동 중 애국계몽운동에 관심이 많아 조사해 보았는데 애국계몽운동에 대해 친구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 좋았고 발표 준비를 하는 동안에 내가 알고 있는 동영상 편집 방법을 친구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어서 기뻤다.”라고 하였다. 역사 프로젝트학습에 대한 학부모의 호응도도 높은 편이다. 프로젝트의 마무리 학습 잔치라고 할 수 있는 ‘러닝페어’에는 학급 전체의 절반이 넘는 학부모님이 교실을 방문하였는데 학생들의 발표를 참관한 후 이은정(45, 여)어머니는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한다. 역사 프로젝트학습을 하는 동안 학교 공부를 준비하는 자세가 적극적으로 변했고 공부 외의 다른 일에 대한 책임감도 생겼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배려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라고 하였다.
역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힘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묻고 관련 자료를 찾던 눈빛이 생생한 어린이 모두에게 꿈과 희망, 행복이 깃들기를 소망하며 질문하고 토론하고 협력하는 프로젝트학습을 위해 다시 준비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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