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비상한 통화·재정 정책이 요청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27일(한국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1.75~2.00%에서 2.00~2.2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차가 0.75% 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1.50%다.

설상가상 미 연준은 연내 한 차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FOMC 참석자들이 향후 금리인상 전망을 밝히는 ‘점도표’에서 16명 중 12명이 올해 4차례 금리인상을 지지하면서 오는 12월 추가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 했다.

미 금리 추가 인상은 이미 예상됐던 터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8월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금리 정상화’를 향해 가속페달을 받는 형국이다.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외국인 자금유출을 가속화해 금융시장을 불안케 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0.25% 포인트 확대될 경우 국내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금이 최대 15조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취약 신흥국이 흔들리면 내외 금리 차가 상당한 부담이 될 우려가 있다. 돈은 금리가 높은 곳으로 움직이므로 우리나라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대표적 안전투자처인 미국보다도 한국의 금리가 낮다면, 한국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가 지난 10년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된 셈이다.

관심은 우리 당국의 대응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국내에 별 영향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자본의 급격한 유출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아닌 게 아니라 한·미 간 금리 역전 현상은 있었다. 1990년대 말 이후 1999년 7월~2001년 2월과 2005년 8월~2007년 9월, 두 차례였다. 2000년대 초반(2000년 5월~9월)에는 5개월간 1.50%포인트까지 차이가 났으며, 2차 역전기 때는 3개월간(2006년 5~7월) 1.00%포인트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한·미 두 나라 간 금리 역전은 흔한 게 아니다. 비상한 자세로 대안 정책을 입안할 때다. 우리가 소규모 개방경제인 만큼 금리 차가 커질수록 부담은 누적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당국은 귀 담아 들어야 한다. 금융위기 역사를 보면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 국가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전염될 가능성이 커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구나 1천500조원 가까이 불어난 가계부채가, 버티자니 700조원에 달하는 외국인 자금 이탈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정책당국은 국내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때에 외국인 자본 유출이 현실화되는 상황을 사전 제어해야 한다. 미 정책 금리 인상 시기에 외화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 발 빠르면서도 중장기 상황별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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