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에 비해 금융이 지나치게 확대돼 있는 금융불균형 해소가 한국경제의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지난 9월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1.75~2.00%에서 2.00~2.25%로 0.25% 포인트 인상하면서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차가 0.75% 포인트로 벌어졌고, 한·미 금리차에 대한 외국자본 유출이 우려되는 형국이다. 설상가상 미 연준은 연내 한 차례 더 인상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금융불균형 해소를 언급하며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보여 주목되고 있다.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따라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초미 관심이다. 저금리로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빠르게 늘거나 부동산 시장으로만 과도하게 자금이 쏠리면서 금융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이 발언의 배경으로 보인다.

이 총재 발언에 무게가 실리는 것은 최근 연내 금리 인상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그렇다. 사실 한국 경제는 안팎곱사등이 처지다. 제조업은 붕괴되고 소상공인들은 생존을 절규하고 있다. 수출은 반도체를 빼면 외화내빈, 그것도 중국의 추월 기세가 매섭다. 미국 기준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인한 외화 유출 우려, 서민·지방의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를 불러 일으키는 서울 집값 폭등 등을 꼽을 수 있다.

고용 악화에 투자 둔화 등으로 국내외 경제연구소 등이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을 당초 3.0%에서 2.8% 정도로 낮춰 잡고 있을 정도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 금융불안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 여건이 이렇기에 올해는 한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시각이 많아졌다.

지난 9월에는 신인석 금융통화위원이 “물가 상승률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해 시장의 연내 금리 동결론이 확대됐다. 이런 가운데 이 총재가 ‘금융불균형’을 꺼내들면서 연내 금리 인상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 8월보다 한 발 앞선 입장이다.

기준금리 결정은 한은 금통위의 독립적 권한이다. 근래 정치권과 행정부 고위간부 등의 공공연한 인상주문은 이를 저해할 뿐이다. 지금은 1천500조원에 육박하는 과도한 가계부채에 대한 비상한 대책이 요청된다. 한은은 우리 경제가 금리 인상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 이전 투자 개선을 위해 합리적인 규제 완화 등 투자심리를 높여 성장기반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과제인 점을 직시하고 통화정책을 펴길 바란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한은에 주어진 책무가 무겁고도 크다.

저작권자 © 새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