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균등과 투명성, 공정성은 인사의 기본 원칙이다. 모든 개체들이 인종, 성별, 가정환경 등의 요소들로 인해 차별받지 아니하고, 고용 기회를 보장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기회균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실질적 평등을 보장하는 첫 번째 원칙이자 기본 인권을 보장케 하는 정의 구현의 상징어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소중한 민주주의 가치가 도전받고 훼손되고 있어 안타까움과 함께 분노가 일고 있다. 이른바 채용비리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직원의 친인척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입사한 뒤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된 게 밝혀진 이후 산업인력공단, 한국가스공사, 한전KPS, 한국국토정보공사, 인천공항공사에서도 고용세습 사례가 불거졌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 1호’로 꼽았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자칫 통로가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선의(善意)’로 추진한 정책이 되려 부정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은 초기부터 컸다. 모든 공공기관이 ‘정규직화 목표’를 제시하고 실적을 일일이 보고하는 식의 추진을 두고 정부 내에서도 “신규 채용 감소, 갈등 확산은 물론 또 다른 고용폐단을 낳는 등 부작용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의 소리가 컸다.

후유증이 크다. 돌이켜 보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비정규직 자리에 가족이나 친인척·지인이 경쟁 없이 채용되는 것이 근본원인이라는 얘기다.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의혹이다. 입사가 상대적으로 쉬운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후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는 폭로에 수십만 취업준비생들은 비탄에 빠졌다. 정부와 정치권은 심각성을 인식해 전수조사는 물론 국정조사에 속히 착수해야 한다.

한데 고용세습 채용비리의 중심에 선 민주노총이 울산항만공사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다음 달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노총이 총파업을 하겠다면서 내건 요구사항을 보면 기가 찰 정도다. 비정규직 철폐, 노동기본권 보장, 사회임금 확대, 최저임금법 원상회복, 재벌개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정책으로 인해 한국경제가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도 더 밀어붙이려고 한다. 반성 없이 협박만하는 철부지가 따로 없다.

정부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 채용비리 여부를 면밀히 전수 조사하고, 사회적 가치를 좀 더 중시하는 방향에서 대개혁을 단행하길 바란다. 여하튼 인사비리 연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법적 중벌에 처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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