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레 군, 美 MIT 대학 해커톤대회 1등!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수호하는 과학자가 되겠다” 임학근 기자l승인2019.04.29l수정2019.04.2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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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레 군(18세)

한국 청소년이 지난달 미국 MIT 대학에서 열린 해커톤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씨앗국제학교(대안학교) 출신의 이레 군(18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레 군은 과도한 사교육을 받으며 공부하는 대부분의 한국 청소년과 달리, 어려서부터 스스로 연구하고 학습해 온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해커톤이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한정된 기간 내에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 참여자가 팀을 구성해 쉼 없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앱, 웹 서비스 또는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하는 대회를 말한다.

어려서부터 과학과 음악 분야에 재능을 보인 이레 군은 공교육은 총 4년 정도 경험하고, 그 외는 홈스쿨링으로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하며 성장해 왔다.

많은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의 성공적인 대학입시와 안정적인 취업을 목표로 버거운 사교육비를 기꺼이 감수하며 헌신의 다해 양육하고 있다. 그러나 이레 군의 부모는 조금 달랐다. 사회구조와 틀이 요구하는 인재가 아니라, 아들만의 재능과 소명에 초점을 맞춰 키우고자 노력해왔다. 그래서 주입식 교육이 자녀의 창의성을 저해하지 못하도록 사교육에 노출시키는 것에 지극히 신중했다. 이레 군의 부모와 이레 군이 설명하는 성공의 기준도 특별했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성공이란, 모든 이들이 꿈꾸는 그 일이 아니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성실히 준비해서 달성하는 것이다. 이레 군은 “인공지능과 컴퓨터 사이언스 분야를 철저히 연구하여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수호하는 과학자가 되겠다”라고 포부를 밝힌다.

이레 군의 어머니인 김정신(씨앗국제학교 교장) 씨는 “아시다시피, 자연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우리나라는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세계에서 최단기간에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다. 그 가운데 형성된 한국사회의 경쟁적 성격과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 속에서 과연 아이들을 어떻게 양육해야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결론적으로, ‘다수가 최선이라고 정해놓은 길’이나, ‘경쟁에서 이기는 성공 방정식’은 나를 설득하지 못했다. 자녀가 내 소유가 아니기에, 사회구조가 요구하는 인재 보다, 세상을 더욱 정의롭고 유익하게 하는데 일조하는 아들로 양육시켜야겠다는 것이 엄마로서 제가 깨달은 소명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초등학교 때는 공립학교와 홈스쿨링을 3년 정도씩 병행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교육관행인 사교육을 시키는 것에는 매우 신중했고, 창의력 신장을 저해하는 교육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주의했다. 10살 이전에는 마음껏 놀고 도전하고 생각하도록 도왔고 특히, 함께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 10살 이후에는 동남아시아의 오지 지역이나, 한센인 마을을 중심으로 여러 차례 의료봉사활동에 아이들과 함께 동참했고,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가능한 한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각 나라의 사회와 문화를 보다 현실감 있게 체득하도록 휴양지가 아닌 본토를 다니며 여행했다. 나를 넘어서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 저편에서 아파하고 신음하는 사람들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기도하는 마음에서였다.”라고 남다른 교육관을 피력했다.

컴퓨터 사이언스에 관심 많아

호기심이 많던 이레 군은 초등학교 입학 후, 힘겨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가만히 앉아 선생님이 일방적인 강의를 듣는 것을 힘들어 했고, 그럴 때면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며 공상에 잠기기 일쑤였다. 타인과의 경쟁에는 관심이 없던 어린 이레에게 ‘100점’ 만점은 관심 밖이었고, 그런 이레를 향한 선생님들의 조언은 극과 극이었다.

사춘기를 앓던 14살 즈음에는 일본 소설과 애니매이션을 보면서 일본어를 독학했고, 영어는 본인이 가장 흥미로워하는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하였다. 호기심으로 해킹과 코딩을 시작했다가 인공지능과 딥러닝 분야에 대한 관심이 깊어져서 관련서적은 물론 저명한 교수들의 논문과 해당분야의 전문 정보들을 숙지하며 자신의 꿈을 구체화해갔다고 한다. 그리고 15세의 나이에 한국을 대표하는 청년 과학도들로 구성된 스타트업 회사 뉴빌리티(대표 이상민)에 인턴으로 입사하여 성실하게 실무능력을 익혀왔다. 2018년 부산 벡스코 산학협력 엑스포에서는 본인도 개발에 참여한 제품(웨어러블 촉각 인터페이스 마우스)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바 있는데, 이러한 실전 경험이 MIT 해커톤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미국 유학은 올해 1월 초, 글로벌 교육그룹인 EF Academy 뉴욕 캠퍼스(아시아 디렉터, 윤선주 대표)로부터 유래 없는 장학금을 받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시작하게 되었다.

▲ 이레 군과 어머니 김정신 씨앗국제학교 교장

어머니 김정신 씨는 “학원 한 번 제대로 다닌 적 없는 아이라, 갑작스런 유학을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언어는 결국 소통능력이 가장 중요했다. 본인이 잘하는 분야에 대한 확고한 지식과 컨텐츠를 기반으로 자신 있게 의사소통을 해서 그런지 어렵지 않게 영어의 벽을 허물었다. 3개월이 지난 지금은 미국고등학교의 모든 수업에 문제없이 적응했고, 학교생활에 대해서도 크게 만족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청소년 신분으로는 해커톤과 같은 대회에 참석할 기회가 거의 없어서 미국으로 갔는데, 첫 도전인데다 본인이 목표로 하는 MIT 대학이 주최하는 해커톤에서 우승하게 되어 더욱 의미 깊고 감사하다” 고 말한다.

이어 “내 자녀만의 흥미와 재능에 집중하기 전에 무조건, ‘성공한 저 사람처럼’ 되라고 주문하는 것은 자녀를 불행하게 할 뿐 아니라, 오히려 자녀의 진정한 성공을 방해 할 수 있다. 만약 이레가 평범한 한국의 청소년들처럼 그저 학교에서 100점 맞는 것과,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공부해왔다면 아마도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넘쳐나는 교육정보와 진로교육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수많은 청소년과 학부모들은 여전히 진로와 진학의 향방을 몰라 고민하고 있다. 이들에게, 자신의 흥미와 재능에 집중하여 실력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진로의 방향을 설정한 이레 군의 성장과정과 도전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정보와 지식의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인공지능과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대신해가는 이 시대, ‘창의적인 인재’ 발굴이 더욱 소중한 때이다.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수호하는 과학자’가 되겠다는 한 청소년의 도전을 응원하기 위해, 또 수없이 양산되는 기술혁신의 결과물을 능동적으로 배치하고 활용할 만한 인재들을 키우기 위해 우리 교육의 향방은 어디로 가야할까?

4차 산업혁명이 이끄는 시대에 대처할 만한 미래인재 양성을 생각하기 전에, 내 자녀가 품고 있는 고유한 재능과 성품을 존중하는 것이 가장 소중하고 지혜로운 첫 걸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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