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이 고문

인생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명제는 모든 철학과 학문 그리고 종교의 궁극적인 연구와 구도의 결론이 아닐까 생각해 보는 아침이다. 특히 한 인간의 생명이 천하보다도 귀하며, 누가 돌아보지 않는 들풀도 밟히고 뽑히면서도 꽃을 피우며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생명은 존귀하고 고결하며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모든 인간은 하물며 쌍둥이 형제라도 똑같지는 않다. 십계명의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자기 목숨도 제 것이 아닐 진데 어찌 스스로 생명을 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유명 인기탤런트도 팬들의 깐죽거리는 댓글과 비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였고, 노무현 대통령도 검찰의 수사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려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지 10주년이 되었다.

이 순간에도 이름도 없는 민초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문을 처닫고 외로움과 싸우다 지쳐 악마의 어두운 속삭임에 솔깃하여 스스로 세상을 버린다.

나도 살면서 ‘수선화에게’라는 어느 시인의 시를 읊조리며 마음을 달래고 추슬렀던 때가 있었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라며 생은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라고 결론을 맺은 좋은 시다. 시를 읽다가 시의 흐름과 다른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라는 싯귀가 있어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었다. 계속 암송을 하는 중에 깨달음이 오며 눈가에 눈물을 훔친 기억이 새롭다. 갈대숲의 도요새가, 나와 아무런 연도 없을 그 새가 왜 나를 보고 있을까? 나는 모르지만 이런저런 인연으로 스쳐 지나갔던 많은 눈들이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울컥하며 외로움을 털어낸 기억이 생생하다. 노 대통령도 그를 바라보는 이름 없는 민초들을 생각했다면 쉽게 생명을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채용비리 혐의를 받으며 1년 넘게 검찰의 수사압박을 받던 조진래 전 국회의원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조 전의원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아 창원시징에 출마했다가 낙선하였는데, 그가 경남도 정무부지사 재임 시 산하기관 간부 채용과정에 압력행사혐의로 경찰에 소환을 받아 기소의견으로 창원지검에 송치되어 소환조사를 받아왔다. 그는 최근 주변에 “정권이 날 옭아매려는 것 같다. 지방선거 끝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결론을 다 정해놓고 ‘짜맞추기식 수사’를 하는 것 같아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한다. 야당에서는 현 정권의 ‘적폐 수사’로 이재수 전 기무사령부 사령관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가 조 전의원 까지 5명에 이른다며 공천만하면 검경이 수사에 나설까 겁난다고 할 정도이다. 또한 이는 적폐수사가 부른 비극이며 문정권의 정치보복이라고 총공세를 퍼부으며 끝도 없는 별건수사에 누가 버티겠느냐며 야당탄압이라고 공세를 펴고 있다.

전 정권의 정보기관의 수장과 고검검사, KAI 임원, 국정원 소속 변호사 등이 자살로 삶을 마감하도록 몰아갔고, 결국 조 전 의원도 검경의 적폐수사에 항의하여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검찰의 폭력에 가까운 적폐수사는 이 정도에서 끝내는 것이 좋겠다. 정치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부르고 국가는 갈등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미래로 나갈 동력을 잃고 주저앉게 된다. 검찰이 국가권력의 시녀가 되어 별건수사로 사람 잡는 검찰이라면 국민들은 등을 돌리게 된다. 국가권력이 생명의 존엄성을 우선하여 국민을 보호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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