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한 평생을 살다보면 돈의 존재는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그런데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돈이 돈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어느새 사람이 돈의 노예가 됐다. 인간들이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옷도 마찬가지다. 너무 값비싼 사치성 옷을 차려입다 보니 사람들이 오히려 옷을 보호하기 위해 활동에 제약을 받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사람이 거주하기 위해 지은 집도 비슷하다. 집이 너무 좋고 값 비싼 것이 많아 사람이 개처럼 집을 지키는 입장으로 바뀌는 일도 있다.

이런 것을 한자 용어로 전도몽상( 顚倒夢想)이라고 한다. 이 말의 뜻은 자기도 모르게 어느 순간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을 언급 한 것 이다. 전도는 모든 사물을 바르게 보지 못하고 거꾸로 보는 것이다. 몽상은 헛된 꿈을 꾸고 있으면서 그것이 꿈 인줄 모르고 현실로 착각하는 것이다.

많은 것을 곁에 두고도 만족하지 못하는 현대인들. 행복을 곁에 두고도 다른 곳을 찾아 헤메는 현대인들을 꼬집어 말한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도 남들이 하니 유행처럼 따라 가는 풍조가 만연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자신과 생을 같이하는 부부를 가리켜 반려자(伴侶者)라고 부른다. 그리고 사람과 생활을 같이하는 짐승인 개를 반려 견( 伴侶犬)이라 부른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현대인들의 배신 풍토가 무서워 ‘개가 사람보다 낫다’는 인식아래 개를 가족이나 친구처럼 같이 지내며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옛날에는 사람과의 관계를 무시하는 행동을 보면 “사람을 개 취급 한다”고 말했다. 또 이런 말도 있다. ‘ 초상집 개꼴’ 이라든가 ‘이사 가는 날 개의 모습’등 개를 비하 하는 말도 많이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개를 대우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예전에 비해 조금은 다르다. 만일 누가 개를 발로 찬다든가 학대를 하면 곧바로 동물단체에게 고발 당 한다. 개가 집을 지키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개를 보호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정작 우리주변에 있는 부모 형제인 노인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적당히 보호하는 단체가 없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사람들이 키우는 반려 견들은 따뜻한 실내에서 춥거나 덥지 않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 어느 사람들은 개들만을 위한 방을 따로 만들고 개 옷도 수백 벌 사서 걸어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갈아입힌다. 그리고 수시로 목욕을 시키거나 털이나 발톱을 다듬는 등 각별한 신경을 쓴다. 헐벗고 굶주리는 노인들의 경우 개만도 못한 대우를 받으며 어렵게 살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신생아 출산이 줄고 있어 자꾸만 인구가 줄고 있는 상태에서 일부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있고, 결혼을 하고도 자녀를 낳지 않는 가정이 많다. 이들은 아이 대신 개를 자녀로 알고 사는 가정도 있다. 사람이 개를 대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개와 사람간의 호칭도 ‘엄마’ ‘아빠’로 칭하며 지내는 사람도 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좀 별나다 싶다.

이런 모습도 전도몽상이 아닌지. 혹시나 이런 말을 잘못했다가 많은 애견가들로부터 질타를 받지는 않는지 괜히 눈치가 보인다. 애견가의 인구가 늘다 보니 선거 때 어떤 후보들은 득표를 위해 자신의 애견을 돌보는 모습도 공개하는 일도 있다.

그런데 이 같은 모습이 개들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행복한 생활이 아닌 것 같다. 일부 애완견들은 거세를 해 중성화 된 것도 있고, 성대수술 한 것도 있어 개들에게 정말로 행복한 것인지... 개들도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다면 견권(犬權)을 보장 받는 행복한 삶인지 묻고 싶다. 원래 짐승들은 야생의 자연 상태에서 숲과 넓은 들판에서 뛰어 놀며 새끼를 양육하는 것이 그들의 행복한 삶이 아닐까. 이런 모습을 놓고 전도몽상 이라고 표현하면 잘못된 판단인가.

요즘 국 내.외에서 키우는 반려 견들이 사람을 물어 피해를 입힌 사건을 놓고 개 주인과 피해자 사이에 다투는 일 들이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처벌과 관련 법률적 한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요즘 우리사회는 애견산업의 호황과 함께 개들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옳은가는 사람마다 가치판단이 다르겠지만 ,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전도몽상의 증후군들이 발견되고 있는 것 같다.

 

본지 회장

신 유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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